2014년 어느 날 구글이 영국의 딥마인드라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신생벤처기업(스타트업)을 약 5,000억여원이라는 거액에 인수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당시 ‘이게 뭐지? 엉뚱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돈 많은 구글이 인재 확보를 위해서 쇼핑한 스타트업치고는 몸값이 비쌌기 때문이다. 그 뒤 이 회사에 대해 거의 잊고 지냈다. 그런데 딥마인드는 지난해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대결을 통해 충격을 주며 일약 세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인공지능(AI) 회사로 떠올랐다.
돌이켜보면 이것은 트렌드를 읽고 미리 선점하는 탁월한 인수 전략의 일환이었다. 월등한 검색기술로 인터넷-웹시대의 주역으로 떠오른 구글은 2007년 애플 아이폰의 등장으로 하마터면 왕좌를 잃을 뻔했다. 하지만 구글은 2005년 ‘안드로이드’라는 회사를 조용히, 약 500억원이라는 헐값에 인수해뒀다. 그리고 안드로이드는 구글이 모바일 운영체제(OS)전쟁에서 애플을 이기고 모바일 세상에서도 구글 천하를 이어가는 데 밑거름 역할을 했다.
알파고의 등장을 계기로 정보기술(IT) 세상의 주도권은 모바일에서 인공지능으로 넘어가고 있다. 아이폰 등장 이후 ‘모바일 퍼스트’를 외쳐오던 구글이 이제는 ‘AI 퍼스트’를 외치는 상황이다. 모든 구글의 서비스 영역에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딥마인드는 모바일 시대 안드로이드처럼 인공지능 시대에 구글을 위해 고급 인공지능 엔진을 개발해 공급하는 첨병이 될 것이다.
딥마인드가 당장 돈을 벌지 못한다고 우습게 여길 수 없다. 인공지능의 권위자 스탠포드대 앤드류 응 교수의 말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새로운 전기”다. 마치 전기를 쓰는 것처럼 인공지능 기술을 모든 서비스에 쉽게 붙여 쓸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 시대가 되면 구글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인공지능을 다른 기업들이 필요한 만큼 연결해 쓰게 하고 그만큼 돈을 받게 될 것이다. 그 자체가 수익 모델이 되는 것이다.
구글은 이미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기술을 자사 데이터센터의 온도를 낮추는 데 적용해 전기 사용량을 40%나 낮췄다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인공지능을 금융, 물류, 헬스케어, 보안, 교통 서비스 등에 적용하기 시작하면 앞으로 엄청난 변화가 올 것이다. 그리고 딥마인드를 통해 이런 미래기술을 일찍 손에 넣은 구글은 또 돈을 갈퀴로 쓸어 담게 될지도 모른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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