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은 다이소 밥은 편의점… 한 학기 참고, 콘서트 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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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은 다이소 밥은 편의점… 한 학기 참고, 콘서트 지르다

입력
2017.06.17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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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건 살 땐 ‘가성비’가 최고 기준

평소엔 빽다방, 쥬씨 등 다니다

데이트할 땐 스타벅스 찾아

#2

끼니-음료-생필품 순 비용절감

취미-문화활동 ‘스몰 럭셔리’ 투자

한달 7만8000원 ‘홧김 소비’도

지방에서 올라와 올 초 자취를 시작한 서울 사립대 2학년 강윤아(가명)씨는 요즘 정기적으로 다이소를 찾는다. 부모님이 방값과 휴대폰 요금, 용돈 50만원을 주는데 한 푼도 허투루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강씨는 아낄 수 있는 비용은 인정사정 없이 줄이되, 꼭 쓰고 싶은 것은 소비하는 편이다. 길을 걷다가 ‘1+1 이벤트’ ‘폭탄 세일’ 광고문구에 발걸음을 멈추지만, 동시에 좋아하는 밴드 공연은 꼭 챙겨 본다. 콘서트가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평소 씀씀이를 더 줄여 몇 만원짜리 공연 티켓을 산다. “콘서트를 안 보면 좀 더 여유 있게 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안 쓰고 참는 나 자신에 대한 보상을 포기할 수는 없죠.”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해 6~8월 20대 대학생(14명)·취업준비생(4명)·직장인(18명) 등 36명의 한 달 가계부를 조사 분석해 15일 공개한‘20대 소비자 지출 패턴 집중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소비 트렌드는 ‘치열하게 아끼지만 쓸 것은 쓴다’로 요약된다. 커피·음료를 마시기 위해선 빽다방, 쥬씨, 이디야 등을 찾는 반면 공부를 하거나 데이트를 할 때는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를 찾는 식이다.

소비의 최우선 기준은 가격

20대가 물건을 살 때 선택 기준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아서, 싸서’(37.4%)가 최우선으로 꼽힌다. 특히 대학생은 절반 이상(52.1%)이 가장 먼저 가격을 본다. 조사에 참여한 여대생 A씨는 “햇반을 사도 CJ햇반은 비싸 오뚜기밥을 먹는다”고 말했다. 가성비를 따지느라 자주 가는 매장과 물품이 따로 있는데, 편의점에선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다이소에선 생활 잡화를 사고, 커피는 중저가 동네 카페를 찾는다.

지방 출신 수도권 사립대 2학년 강윤아(가명)씨가 학교 근처 다이소 매장에서 욕실용 슬리퍼를 살펴보고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조사 참여자들은 평균 월 1.2회 다이소를 찾고 한 번 가면 7,112원(3.6개)을 지출했다. 품목은 주방·생활 용품(68.8%)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 남학생은 “자취방에 필요한 게 생기면 다이소에 가요.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말이 맞거든요. 일단 가면 다 해결되죠”라고 말했다. 전국 대학가에 100여 개 매장이 있는 다이소 관계자는 “새 매장 위치를 고려할 때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곳이 대학가”라며 “대학생을 비롯해 혼자 사는 20,30대가 워낙 많이 찾다 보니 이들을 주요 타깃층으로 삼아 가성비 좋은 생활용품을 집중 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은 주로 끼니 해결을 위해 찾는다. 편의점에서 사는 제품 3개 중 1개가 도시락, 삼각김밥, 라면, 샌드위치 등이다. 이렇게 비용절감에 신경을 쓰는 품목은 혼자 먹는 끼니(37.1%), 습관적으로 사 마시는 음료·커피(25.6%), 생활 소모품(9.8%) 순이다.

대학생 강윤아(가명)씨가 지난해 여름 평소 좋아하는 그룹의 콘서트를 찾아갔을 때 찍은 사진

SNS야 내가 뭘 샀는지 알아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대학생 소비에 끼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조사 참여자들은 월 평균 5.8회 SNS에서 얻은 정보를 통해 소비를 즐긴다고 답했다. 이재흔 대학내일20대연구소 연구원은 “20대는 하루 평균 80.7분 SNS를 사용하며 틈틈이 남들이 뭘 어디서 어떻게 먹고, 입고, 사는지 정보를 얻은 다음 뜨는 제품을 소비하려 하고(39%), 그에 대한 인증샷을 찍어 올리는 것으로 성취감을 느끼는(46%)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SNS를 통한 소비 대상은 5,000원 미만 제품(58.6%), 식품류 등 일회성 소모품(70%)이 대부분이다. 대단치 않은 이 제품들을 미션을 수행하듯 어렵사리 찾아 다지고 이를 획득했을 때 뿌듯해하는 것이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유명 연예인을 좇아 비싼 제품을 소비했지만, 요즘 대학생들은 비슷한 또래가 즐기는 것을 보며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비슷한 소비를 하려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유하고 인정받기 위해 체험을 중시하는 경향도 뚜렷하다. 일정 금액을 내고 수입차 등을 빌려 쓸 수 있는 카 셰어링 서비스의 주요 고객이 대학생이고, 방학이면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대만·일본 등으로 해외 여행을 가려는 대학생들이 북적인다.

대학생 강윤아(가명, 왼쪽)씨와 같은 과 학생들이 학교 근처 중저가 음료 가게에서 마실 음료수를 고르고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스몰 럭셔리’와 홧김소비

대학생들은 실속 상품을 찾아 헤매면서도 취미와 여가, 문화활동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다만 중고나 기능이 비슷한 ‘저렴이’를 활용한다. 조사에 참여한 한 남학생은 “취미가 배드민턴인데 비싼 라켓은 수 십 만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값싼 라켓을 샀다”고 말했다. 여학생들은 가격이 저렴한 붙이는 젤네일, 다이소의 ‘똥퍼프’를 사서 쓴다. 이준영 교수는 이를 ‘스몰 럭셔리’라고 정의 내렸다. 그는 “돈을 조금 들여서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취미, 여가 활동을 즐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학점과 취업 스트레스 등을 풀기 위한 ‘홧김 소비’ 경향도 나타난다. 조사 참가자들은 한 달 평균 8.9회, 7만8,000원의 홧김 소비를 한다고 답했다. 달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41.6%)을 먹어 스트레스를 풀거나, 평소 타지 않는 택시(20.1%)를 타거나, 쓸모는 없이 그저 예쁘기만 한 물건, 일명 ‘예쁜 쓰레기’(11.9%)를 사는 것이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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