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국회로 보낸 인사청문요청서에서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를 초래한 ‘혼인 무효’ 사실이 명시돼 있었지만 정작 청와대는 이렇다 할 검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는 안 후보자 사퇴 순간까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전략적으로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전략 부재’의 한계만 드러내며 인사검증 부실 논란만 부추기는 꼴이 됐다.
청와대는 16일 안 후보자의 사과와 해명에도 불구하고 허위 혼인 신고를 비롯해 아들과 관련한 의혹이 확대되는 데도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당장은 물러설 때가 아니다”며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마친 뒤 국민의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안 후보자) 본인이 해명을 시작했고 국민을 향해 얘기한 만큼, 국민의 판단을 지켜봐야 하지 않겠냐”며 “지금 우리가 (낙마니 뭐니 언급할) 그럴 상황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여성 비하 저서 논란에 더해 상대 여성의 도장을 위조해 몰래 혼인신고를 한 것이 명백한 범죄 행위인데도, 막연히 여론의 반전을 기대한 셈이었다. 안 후보자 사퇴 발표 직전까지도 청와대는 “본인이 결심할 문제”라며 안 후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여당에서는 안 후보자가 계속 버티기는 어렵다는 기류가 강했지만 청와대를 향한 쓴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당 일각에서는 안 후보자의 오전 기자회견이 사퇴 회견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오히려 자진 사퇴를 강하게 거부하는 내용이 나오면서 당혹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법질서의 수호자가 되야 할 사람이 사문서를 위조하고, 자녀들은 이중국적을 가졌다면 개혁의 정당성을 담보할 수 있겠냐”며 “검찰이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좋은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검증 부실 문제만 부각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최민희 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장이 안 후보자의 40년 전 판결문이 공개된 배경에 의구심을 제기한 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즉각 “인사청문요청안에 포함된 안 후보자 부친 제적등본 중 혼인무효 확정판결 사실을 발견했고, 이를 토대로 대법원에 판결문 사본을 요구해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 받았다”고 반박했다.
청와대가 국회에 보낸 인사청문요청서에 ‘1976년 4월 서울가정법원의 김ㅇㅇ와의 혼인무효 확정’이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는데도, 청와대가 이에 대해 확인 작업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왜 혼인 무효인지, 이런 것까지 파고 물을 만한 소재인지는 모르겠다”며 안이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안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문재인 정부의 인사검증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되는 것을 자초하는 꼴이 됐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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