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출전 선수 명단 기재 실수
노경은, 타석 올라 삼진아웃 당해
아마 야구 또는 야구 만화에서 에이스 투수가 4번 타자를 맡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포지션이 철저히 분업화된 프로에서는 쉽게 상상할 수 없다. 일본프로야구에서 투타 겸업을 하는 오타니 쇼헤이(니혼햄) 정도가 예외 사례다. 그런데 실제 KBO리그 프로경기에서도 투수가 4번 타자에 오르는 일이 발생했다. 출전 선수 명단을 잘못 기재한 구단의 실수가 야기한 촌극이다.
롯데는 16일 고척 넥센전에서 어처구니 없는 실책을 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경기 전 “1루수로 최준석, 지명타자로 이대호가 나간다”고 예고했는데, 전광판에는 최준석이 지명타자, 이대호가 1루수로 표기됐다. 롯데가 출전 선수 명단을 잘못 기재한 뒤 제출한 탓이다.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최준석은 1회말 수비 때 1루수 미트를 꼈다.
이에 장정석 넥센 감독은 지명타자 최준석이 1루수로 나오자 항의를 했다. 심판진은 회의를 통해 지명타자 최준석이 1루수를 보면서 원래 지명타자로 나설 예정이었던 이대호가 출전할 수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롯데는 지명타자 제도가 사라지면서 4번 자리에 선발 투수 노경은이 들어갔다. 결국 4번 이대호는 1회 초에 한 타석만 소화하고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롯데 관계자는 “출전 선수 명단 제출과 현장의 커뮤니케이션 실수가 있었다”며 “제출 명단에는 이대호가 1루수로 돼 있었는데, 1루수에서 지명타자 기용으로 변경된 부분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노경은은 4회초에 프로 데뷔 후 처음 타석에 들어서 공격에 대한 의지보다 번트 시도를 하다가 삼진 아웃 됐다. 그리고 마운드에서는 6이닝까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지만 7회초에 안타와 볼넷을 내줘 무사 1ㆍ2루 위기를 만든 후 장시환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장시환은 결국 노경은이 출루시킨 주자 2명에게 득점을 허용했다. 이로 인해 노경은의 자책점은 2점으로 늘었고, 팀도 1-2로 역전패해 패전 투수가 됐다. 롯데는 4연패에 빠졌다.
한편 kt 베테랑 외야수 이진영(37)은 이날 수원 한화전에서 개인 통산 2,000경기 출전과 2,000안타를 달성한 역대 5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1999년 쌍방울에서 데뷔한 이진영은 역대 9번째로 개인 통산 2,000경기 출전을 이뤘고, 3회와 5회 연속 2루타로 2,000안타도 채웠다. 한화 선발 투수 배영수(36)는 같은 경기에서 2,000이닝 투구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배영수에 앞서 역대 KBO리그에서 2,000이닝 이상 던진 선수는 2001년 한화 송진우를 시작으로 총 5명이다. 한화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는 2000년 박경완(SK), 2014년 야마이코 나바로(삼성) 이후 역대 세 번째로 4연타석 홈런을 쳤다. 경기는 한화가 15-14로 이겼다. 대구에서는 SK가 삼성을 2-1로 제압했다. 잠실에서는 NC가 두산을 11-5로, 광주에서는 LG가 KIA를 9-8로 각각 꺾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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