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태를 알고도 축소ㆍ은폐 시도를 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인사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처음으로 법정에 섰다. 우 전 수석은 미리 준비해 온 입장문을 20분 가량 읽으며 검찰과 언론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영훈) 심리로 열린 자신의 첫 공판에 출석한 우 전 수석은 재판 시작 약 20분 전 자신의 변호인들보다 먼저 법정에 들어와 검찰 측과 방청객들을 살피는 여유를 보였다. 검찰 측 공소요지 설명이 끝나자 우 전 수석은 재판장에게 발언권을 얻어 심경을 밝히기 시작했다.
먼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며 사죄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민의 축복 속에 선출된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탄핵되도록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정치적 책임을 청와대 비서진의 한 사람으로서 준엄하게 느낀다”며 “이 자리를 통해 국민들에게 깊이 사죄 드린다”고 했다.
자신의 혐의에 대해선 일체 부인했다. “청와대에서 근무한 1년6개월 동안 대부분 야근하고 주말에도 일했다. 사무실·책상·안방·차량·화장실에 메모지나 수첩을 두고 긴장된 나날을 보냈다”고 했다. 이어 “일만 알고 살아온 제 인생이 온 국민의 지탄을 받는 식으로 전락했다. 억울하기 짝이 없지만 공직자가 겪을 숙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많은 언론이 제가 아직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다고 질책한다”고 토로했다. 특정언론이 자신에 대한 잘못된 기사를 썼고 이후 모든 언론이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우 전 수석은 “저는 진경준 전 검사장의 뇌물수수를 눈 감아준 적도 없고 진 전 검사장에게 강남역 (인근) 땅 파는 걸 도와달라고 한 적도 없다. 김정주 넥슨 회장은 이 시간까지 만나거나 전화한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고 주장했다.
우 전 수석은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에 대해 ‘표적수사’라며 불만을 드러내며 ‘셀프 변론’을 이어 가다가 재판부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그는 법정에 출석하기 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안타깝다”고 짧게 언급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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