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ㆍ여성… 대법관 구성 다양화 시도
유력 거론 김선수 변호사 제외
문재인 정부 첫 대법관 인선에서 여성법관과 변호사 출신 후보자가 임명 제청됐다. ‘서울대, 50대, 남성’으로 대표되던 대법관 틀을 벗어나 대법원 구성을 다양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16일 이상훈 박병대 전 대법관의 공석을 메울 대법관 후보자로 조재연(61) 변호사와 박정화(51)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문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유력 거론되던 김선수 변호사는 제외됐다.
조 변호사는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한국은행에 근무하던 중 성균관대 야간 법대에 진학해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했다. 1982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임관해 근무하다 93년 변호사로 개업해 24년간 활동했다. 법관 재직 중이던 85년에는 저항의식이 담긴 이른바 ‘민중달력’을 제작ㆍ배포한 피의자들에게 국가보안법상 이적행위 혐의로 압수ㆍ수색영장이 청구되자 표현의 자유 보호를 들어 영장을 기각했다. 또 87년 동해에서 어로작업 중 납북됐다가 귀환한 어부가 간첩 혐의를 받은 사건에서는 주심판사로서 증거관계를 면밀히 살펴 무죄를 선고했다
박 부장판사는 광주중앙여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91년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로 임관해 대전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광주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낸 정통 법관이다. 그는 은행이 채용한 기간제근로자들에게 정규직원보다 적은 통근비와 중식대를 지급한 것은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또 남편이 숨지면 시동생과 재혼하도록 한 케냐의 ‘아내 상속’ 관습에 저항해 도망친 케냐 여성과 동성애를 이유로 박해 받아 도피한 나이지리아 남성을 난민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종전 관례에 따라 사법연수원 15, 16기 법원장 또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군에서 후임 대법관이 인선될 것이란 법조계 안팎의 전망은 빗나갔다. 조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2기, 박 부장판사는 20기다. 조 변호사는 판사 경력이 있지만 변호사로 활동한 기간이 더 길다. 박 부장판사는 앞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한덕수 기후변화센터 이사장)가 양 대법원장에게 추천한 후보자 8명 중 연수원 기수로는 가장 막내다. 기존 틀을 깼다는 점에서 이번 정부의 파격적인 사법권력 개편이 점쳐진다.
문 대통령은 국회 동의를 얻어 이들을 대법관으로 최종 임명한다. 문 대통령은 임기 중 대법관 14명 가운데 13명을 임명하게 된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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