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ㆍ시민 수만명 모여 “화합”
총격 부상당한 경찰관이 시구
“오늘 밤 우리 모두 ‘팀(team) 스칼리스’입니다.”
15일(현지시간) 낸시 펠로시 미국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의회 연례행사인 민주ㆍ공화 친선 야구대회를 관람하기 위해 워싱턴 내셔널스파크에 등장했다. 수만 명의 관중이 경기를 기다리는 사이 펠로시 원내대표는 사상 처음으로 공화당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공동 인터뷰에 응해 “오늘만은 우리가 한 데 모여 (전날 대회 준비 중 피격 당한) 스티브 스칼리스 하원 원내총무의 쾌유를 비는 날”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스칼리스 의원의 지역구 내 대학인 루이지애나주립대의 보라색 상의를 입은 펠로시에 맞춰 라이언 의장도 보라색 모자를 쓰고 “우리(민주ㆍ공화)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질지라도 오늘 대회를 통해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지 않도록 노력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날 내셔널스파크에는 이례적으로 많은 상ㆍ하원 의원들이 모습을 드러내 한 목소리로 ‘화합’을 외쳤다. 매해 치러지는 행사지만 바로 전날 스칼리스 등 4명이 피격된 사건이 발생해 평소보다 3배 가까운 인원이 참가했다.
대회 중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대립보다는 치유와 연대를 상징하는 장면들이 연출됐다. 시작 전 ‘전세계 사람들이 함께 손을 잡는다’는 가사의 1970년대 가요 ‘러브 트레인’이 연주되는 가운데 곳곳에서 보라색 리본이 흩날렸다. 전날 총격 사건으로 부상한 의회 경찰 데이비드 베일리가 동료 경찰들의 박수 속에 목발을 짚고 나와 시구를 하며 경기 시작을 알렸다. 관중의 ‘미국(USA)’ 연호 속에 선수 의원들은 경기장 한가운데 무릎을 꿇은 채 부상자들의 쾌유를 기원한 후 대회에 임했다. 경기는 11-2로 민주당 의원들의 압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민주당 팀 감독을 맡은 마이크 도일 의원이 스칼리스 의원을 위해 승리 트로피를 공화당 측 감독 조 바튼 의원에게 넘겨주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훈훈한 장면이 이어졌다.
대회를 주관하는 미 의회체육자선기금(CSC)은 이날 입장권 판매수익과 모금액도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고 발표했다. 입장권은 총 2만4,959장이 팔려 자선 경기가 시작된 1909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모금액 역시 지난해 대비 2배인 100만달러를 넘겼다. 입장권 판매ㆍ모금액 전부는 순직 의회경찰 가족과 청소년 단체, 문화예술 단체 등에 전달될 예정이다.
한편 총격범 제임스 호지킨슨의 유족이 그의 마지막 행적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호지킨슨의 아내 수는 이날 일리노이주 벨빌의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그는 공화당 반대론자인 호지킨슨이 평소 정치 이야기를 빈번히 하긴 했으나 3월 홀로 워싱턴으로 떠날 때 단순히 휴식 혹은 세금 관련 일을 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했다고 덧붙였다. 호지킨슨은 당시 입양한 딸과 손자가 이사오자 마자 집을 나왔으며 “거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을” 만큼 자식과 관계가 소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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