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성우 연습생 투표 독려 커피 받으러 왔어요”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던 15일 오후 12시 45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근처 한 카페에 70명 가량의 사람들이 줄지었다. 바로 지난 4월부터 방송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프로듀스 101’ 시즌 2 (이하 프듀2)에 출연하고 있는 가수 지망생인 옹성우의 투표 독려를 위한 150잔의 ‘옹성우 커피’ 나눔 행사가 1시부터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30분 일찍왔다는 숙대 재학생 김다현(22)씨는 “숙대의 옹성우 팬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행사라 해서 찾아왔다. 팬들의 열정도 느껴져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행사를 위해 용산까지 직접 찾아왔다는 대학생 정은아(가명•23)씨는 “옹성우 팬이라 트위터에서 소식을 접하자마자 바로 찾아왔다”고 말했다. 150잔의 커피는 1시간도 안돼 모두 소진됐다.
시청자가 직접 아이돌 연습생을 데뷔시킨다는 설정의 프듀2는 시청자가 매주 인터넷과 문자로 마음에 드는 연습생에 투표해 순위를 올리고, 순위가 낮은 연습생은 탈락하는 방식의 프로그램이다. 16일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101명이었던 연습생은 현재 20명까지 줄었다. 팬들은 최종 데뷔인원인 11명안에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이 들어가도록 하기위해 시청자에게 투표를 독려하기 시작했고, 더 나아가 연습생의 얼굴이 프린트된 스티커를 붙인 음료나 간식 등을 제공하는 ‘나눔 행사’까지 등장하게 됐다.
‘투표 독려해 내 아이돌 데뷔시키자’… ‘프듀2 ’ 덕분에 학교는 축제 중
이처럼 프듀2 팬들 덕분에 여대 캠퍼스 분위기는 활기차다. 15일 방문한 숙명여대의 경우학교 곳곳에서 다양한 프듀2 연습생 응원 나눔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화여대의 경우 ‘프동제’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학생들 사이에서 나눔 행사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대 재학생 유지영(가명·22)씨는 “음식을 만들거나 물품을 제작해서 소소하게 판매하는 학교 축제 ‘대동제’가 이번 나눔 행사와 닮아서 프동제라는 말이 생겼다”며 “나눔 행사가 점점 늘어나 ‘이화여덕대학교(이화여대에 여자덕후를 결합한 말)는 지금 프동제 중’이라는 말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각종 나눔 이벤트는 16일 마지막 방송이 기말고사 기간과 맞물리며 더욱 활발해졌다. 나눔행사의 대상이 되는 연습생도 10명 이상으로 늘어났고, 나눔 음식도 다양해졌다. 지난 2일에는 기말고사 응원과 함께 연습생 유선호 투표 독려를 위한 주먹밥, 지난 12일부터 숙대에서는 연습생 주학년 투표 독려를 위한 돼지 마시멜로우 나눔 행사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다.
나눔행사, 애교심도 샘솟고 ‘보은픽’도 받고, 일석이조의 효과
학생들은 왜 자발적으로 서포트 활동을 시작한 걸까. 지난해 방영한 시즌1과 달리 프듀2는 연습생들의 순위변동이 심해 매주 연습생 순위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시즌1부터 애청자였다는 정은아(23·가명)씨는 “프듀1이 인지도 경쟁이었다면 이번 시즌은 대중 인지도보단 연습생 팬들의 영향력이 커졌다”며 “그만큼 순위 변동이 켜져 불안한 마음에 팬들이 직접 나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숙대에서 주학년 연습생 서포트를 진행한 박수인(19·가명)씨는 “나눔 행사를 통해 주학년을 모르던 사람에게도 연습생을 알리고 나아가 ‘보은픽’이 늘어났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보은픽’이란 나눔 행사를 통해 해당 연습생의 호감도가 올라 투표로 이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들은 나눔 행사가 늘어나면서 덩달아 애교심도 커졌다고 입을 모은다. 이대에서 프듀2 나눔 행사를 직접 진행한 이대 졸업생 최현정(26·가명)씨는 “응원하는 연습생을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시험기간에 뭐라도 하나 주고 싶은 마음도 있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습생 옹성우 나눔 행사를 진행한 이예은(20·가명)씨는 “교내 학생을 위해 행사를 진행하는 거라 사비가 들어가도 보람과 함께 애교심도 생긴다”고 말했다.
이러한 나눔 행사는 특히 여대에서 두드러진 현상이다. 숙대 재학생 고은빈(22)씨는 “보통 여대는 단결력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나눔 행사나 시국선언처럼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하는 행사에서 오히려 여대 학생들이 잘 뭉친다”고 말했다. 이대 재학생 민희연(21)씨는 “여대가 개인주의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눔 행사가 그런 오해를 깰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빛나 인턴기자(숙명여대 경제학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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