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9월 5일, 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 감독이 한국 축구국가대표 사령탑에 선임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현역시절 뛰어난 미드필더였다. 독일 국가대표로 10년간 활약했고, 스페인 프로축구 최고 명문 레알 마드리드에서 최고 외국인 선수상을 네 번 받았다. 하지만 독일 내 평가는 박하다. 독일 프로축구가 세계 최고였던 1970년대에 스페인으로 이적한 그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고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독일 사람인데 한국에서 스페인 통역을 썼다. 혹자는 “일본에서 선수로 오래 뛴 한국 축구 선수가 나중에 은퇴해 제3국 감독으로 가서 일본어 통역을 두는 셈”이라며 “독일인들이 슈틸리케를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화려한 선수 시절에 비해 지도자 경력은 일천했다. 스위스와 코트디부아르 국가대표 감독, 중동 프로리그 사령탑으로 별 다른 성적을 못 냈다. 한국에 온 슈틸리케는 부임 초기 승승장구했다. 2015년 1월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 그 해 8월 동아시안컵 우승, 2015년 전 세계 국가대표팀 중 최소 실점(20경기 4실점) 등을 기록하며 ‘갓틸리케‘라 불렸다. 그가 새로 뽑은 선수마다 맹활약한다고 해서 ’로또 슈틸리케 선생‘이란 별명도 붙었다.
하지만 ‘허니문’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6년 들어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아시아의 강호들과 붙어 잇달아 졸전을 펼치며 도마에 올랐다. 이란에 유효슈팅 1개 날리지 못하고 0-1로 지자 팬들은 ‘슈팅영개’라고 비아냥댔고, 패배의 원인을 선수 탓으로 돌린다고 ‘탓틸리케’라 조롱했다. 결국 지난 15일에 경질됐다. 대표님 사령탑을 맡은 지 정확히 996일 만이다.
공개는 안 됐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연봉은 ‘120만 달러(약 13억 원)+알파(수당 등)’로 알려졌다. 계약 기간을 1년 남기고 해임됐으니 잔여 연봉은 받는 게 맞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그 돈이 아깝다며 슈틸리케 감독을 ‘탐욕꾼’ 취급한다. 그래도 한 때 우리에게 축구로 적지 않은 기쁨을 줬던 사람인데 ‘넷심’(네티즌+민심)이 참 사납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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