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담기는 종이상자는 재질이 다른가요? 코팅입니다. 이런 문답. 뭘 좀 아는 둘이죠. 기자의 흔한 양념식 질문일 수도 있지만 주고 받는 순발력이 있어요. 연구원씨, 기자씨 속에는 연구원씨, 기자씨를 떼어낸 ‘그냥, 앗, 사람’도 들어있는 것이지요.
그냥 하는 거죠. 삶이라는 연구에 대해서도 뭘 좀 아는 둘이죠. 잠이 부족하면 박봉이 안 되어야 하는데, 여전히 잠이 부족하고 박봉이죠. 그런 그의 곁에서 김밥을 말고 있는 와이프는 가정 상자 연구소 연구원일 테고요. 38세 연구원씨의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기자씨는, “버려진 상자는 마음 따뜻한 오늘의 내일이다” 라는 제목을 뽑을 작정을 하지요. 담겨 있는 내용이 중요해서 내용을 내용으로 지켜낸 상자는 버려지지만, 여전히 오늘의 내일은 지연되는 세상이지만, 그렇다고 내일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어요, 라는 메시지로 읽을 수 있지요. 기사의 흔한 클리셰일 수도 있지만 이런 문장을 쓰는 기자씨는 사회적 인사인 악수를 할 때 손의 일부는 ‘아앗, 사람’임을 감각하는 이지요. 플래시와 악수, 박봉 속에서도 삶 연구소 연구를 놓치지 않는 이들은 말하지요. 우리는 언제나 연구합니다.
서정학 시인은 19년 만에 <동네에서 제일 싼 프랑스>라는 매력적인 제목의 두 번째 시집을 들고 귀환했어요. 연구는 힘든 일이고 별로 알아주는 사람도 없어요 라고 말하는 종이상자 연구소 연구원처럼요. 신선한 페이스트리처럼 재미와 유니크가 겹겹인 것을 보면, 흰 바탕에 검은 글씨를 ‘앗 프랑스, 아앗 프랑스, 다시 프랑스, 그래도 프랑스’, 이러면서 내내 연구해 왔나 봐요. 내 손으로 구입하는 ‘두, 권’과 엉성한 웃음이 담긴 ‘두 권’이 다르게 써진다는 것을 놓치지 않는, 더 날렵해진 눈매지요.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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