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객관적 증거 없어” 보상외면
“소가 죽은 것은 공사 소음 때문이니 배상해야 한다.”
“객관적 증거도 없는데 왜 공사를 방해하는가.”
경북 안동시 일직면 망호리 중앙선 복선전철화 공사장 인근에서 한우 사육농과 시공사 간에 소 폐사 원인을 둘러싼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농민은 공사 시작 후 이전에 없던 폐사가 일어났으니 당연히 시공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시공사 측은 물증이 없다며 배상을 외면한 채 되레 농민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해 논란이다.
이 마을에서 430마리의 한우를 키우는 민모(38)씨는 공사장 발파작업 이후 이상증세를 보이던 한우가 최근 폐사하거나 유산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출하를 앞둔 800㎏이 넘는 황소가 갑자기 코피를 흘리며 죽었고, 임신 6개월의 암소가 유산했다. 또 30개월 넘은 소 한 마리도 갑자기 놀라 뛰어다니다가 다리가 부러졌다. 이밖에 조산이 잇따르면서 송아지가 설사를 하는 등 발육장애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민씨의 축사는 중앙선 복선전철화 공사 현장에서 200~400m거리에 있다.
민씨는 “20년 가까이 소를 키웠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멀쩡하던 소가 이상 증세를 보인 것은 복선전철 건설공사 현장에서 소음이 발생할 때부터이고, 다른 이유가 없는 만큼 시공사가 배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역 수의사들도 “임신 6, 7개월의 소가 유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사산과 조산, 이에 따른 송아지 설사 등은 소음 등의 스트레스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민씨도 국가기간산업 공사인 만큼 무조건 공사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그는 “발파 등 큰 소음이 나는 공사를 할 때 미리 일정을 알려주면 축사에 음향설비나 선풍기 등을 강하게 작동, 소음을 희석시켜 소가 놀라지 않도록 할 수 있다”며 “시공사 측에 몇번이나 요청했지만 외면했고, 조만간 400m 거리에서 터널 굴착작업이 시작되면 피해가 막심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시공사 측은 배상책임이 없다며 민씨 가족이 소음피해 대책마련을 호소하며 공사장 진입로를 막았다는 이유로 민씨를 경찰에 고발하고 나섰다.
시공사 관계자는 “공사 현장에서 200m 이상 떨어진 곳의 축사는 규정상 피해보상을 할 수 없다”며 “축산농가를 방문, 객관적인 피해 여부를 점검한 후 대책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권정식기자 kwonjs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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