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 0시 영구정지를 앞둔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17일부터 본격 정지 작업에 들어간다.
15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고리 1호기는 17일 새벽 1시부터 출력을 낮추며 전력 생산을 줄이기 시작해 같은 날 오후 6시에 발전계통에서 분리된다. 이때부턴 고리 1호기를 작동시키는데 필요한 전기 공급도 끊어진다. 고리 1호기의 발전 기능은 사실상 이때 멈추게 된다.
전기 공급이 끊어져도 그 직후엔 원전의 핵심 설비인 원자로의 평균 온도가 여전히 약 300도에 달한다. 따라서 이후부터는 냉각재(물) 시스템을 작동시켜 원자로의 온도를 낮추는 작업이 시작된다. 서서히 내려간 원자로의 온도는 19일 0시가 되면 상온(93도 이하) 상태에 이를 것으로 한수원은 예상하고 있다. 원자로 온도가 90여도가 됐을 때 고리 1호기는 공식적으로 영구정지 판정을 받게 된다.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공식 판정 이후에는 원자로에서 사용한 모든 연료를 원자로 옆에 있는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용 수조로 옮기는 작업이 진행된다. 사용후핵연료는 이곳에서 2022년까지 5년 동안 냉각되면서 밖으로 이송이 가능할 정도로 안정화하게 된다. 그 사이 한수원은 고리 1호기의 최종해체계획서를 만들어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최종해체계획서에는 공청회 등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도 함께 담아야 한다.
이 과정이 예정대로 완료된다면 고리 1호기는 2022년부터 본격 해체에 들어갈 수 있다. 오염된 방사성물질을 제거하고 원자로를 포함한 원전 전체 건물을 철거하면 부지만 남는다. 부지에 남아 있는 오염까지 안전한 수준으로 제거해야 해체가 종료된다. 해체 종료 시점은 일러도 2032년 이후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한수원은 19일 오후 2시로 예정된 고리 1호기 퇴역식에서 구체적인 해체 일정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날 퇴역식을 계기로 정부가 향후 원전 정책 방향을 밝힐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78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는 한 차례 수명연장 절차를 거쳐 올해로 40년째 가동돼왔다. 40년 동안 지속적으로 핵분열반응을 일으키며 타던 원자로가 17~18일에 걸쳐 단 30시간 만에 영원히 꺼지는 것이다. 고리 1호기가 지난 40년 간 생산한 전력은 약 15만3,600기가와트(GWh)로, 부산시 전체 한 해 전력 사용량의 34배에 이른다.
우리나라 첫 원전인 만큼 고리 1호기에 대한 원자력계의 애정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원자력 관련 주요 학회들은 “고리 1호기 영구정지를 계기로 지난 40여년 간 우리나라 원전 산업이 이뤄온 공과를 짚어보고 새로운 시작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편에선 시민단체와 지역주민들을 중심으로 고리 1호기 해체를 환영하며 탈원전 정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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