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날부터 존재감 강조
“靑도 내게 경제 맡길 의지 강해”
장하성 정책실장과 마찰 우려 불식
정치인 장관들 틈서 경제수장 의지
“세율 인상은 아직 고려 안해”
부동산 과열 대책엔 말 아껴
“실직의 공포 느껴본 적 있나”
기재부 직원들 ‘탁상공론’ 경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경제 문제는 제가 책임진다는 자세로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두룩한 정치인 출신 장관들 사이에 정통관료 출신인 자신이 비록 소수파지만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중심을 잡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적어도 내년까지는 소득ㆍ법인세 인상 계획이 없다는 방침도 내비쳤다.
김 부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가진 뒤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도 경제 문제는 부총리에게 맡긴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 정책실장 부활, 일자리위원회 설치 등으로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가 불분명해지거나 경제팀 소통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 않느냐’는 질의에 대한 답이었다.
새 정부의 경제팀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 부총리의 ‘투 톱’ 체제다. 비교적 색깔이 옅은 김 부총리에 비해 장 실장은 소액주주 운동을 펼쳐온 행동가 출신이다. 때문에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서 개혁을 앞세운 정책실장과 현실을 중시하는 부총리가 마찰을 빚을 개연성이 크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게다가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 등 실세 ‘시어머니’ 인사가 경제팀에 두루 포진하고 있다. 김현미(3선ㆍ국토교통부) 김영춘(3선ㆍ해양수산부) 등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실세 중진의원들도 대거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김 부총리가 ‘실세 부총리’로 자리매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김 부총리는 “현재 청와대, 위원회 등과 이미 하루에도 수 차례 여러 주제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며 “청와대와 특정 사안에 대해 이견이 있다면 치열하게 서로 이야기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충분히 논의하고 토론하되, 조율 끝에 결정이 난 메시지는 반드시 경제부총리를 통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행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증세와 관련해 “소득세와 법인세 등 명목세율을 높이는 방안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출 구조조정, 비과세ㆍ감면 정비 등을 통해 명목세율 인상까지 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총리는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현재 관계부처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으며 곧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는 말을 아꼈다.
한편 김 부총리는 이날 취임사의 상당 부분을 기재부 직원에 대한 ‘쓴소리’로 채웠다. 그는 직원들에게 “(공무원인) 우리가 언제 한번 실직의 공포를 느껴본 적이 있나? 조직이 도산할 것이라고 걱정해본 적 있나? 장사하는 분들의 어려움이나 직원들 월급 줄 것을 걱정하는 기업인의 애로를 경험해본 적 있나?”고 물었다. 대개의 경제 정책이 ‘탁상공론’ 수준에 머무른다는 비판을 지적한 것이다.
김 부총리는 “이제 ‘책상 위’ 정책 대신 현장에서 작동하는 정책,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을 만들자”며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타 부처와 현장의 이야기도 크게 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취임사는 전날 저녁 인도 재무장관 회의를 마친 후 김 부총리가 밤늦게까지 직접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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