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한국을 방문하는 미국 의회 인사들과의 면담을 거부하는 등 전례와 다른 소극적 대응으로 미 측의 태도가 딱딱해지고 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왔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미 공화당 중진인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예정됐던 방한을 취소한 이유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미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15일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는 매케인 위원장의 문 대통령 면담 요청을 마지막까지 확약하지 않았다. 앞서 5월 방한한 맥 손베리 하원 군사위원장과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소위 위원장 등도 문 대통령을 만나지 못한 채 한민구 국방장관 등과 회담한 후 귀국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방한한 미 상원의원의 경우 박 전 대통령이 대부분 면담에 응했다고 아사히는 설명했다. 가드너 의원도 2015년 여름 박 전 대통령과 면담한 바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지연과 관련 문제를 삼았던 딕 더빈 상원 의원 일행도 문 대통령과 면담이 이뤄지지 않을 뻔 했으나 한미관계 악화를 우려한 외교부가 중재에 나서 31일 짧은 시간 만남이 겨우 이뤄졌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신문은 “문 대통령은 29일 메가와티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전직임에도 1시간이나 만났다”는 불만이 미 측에서 나왔다고 덧붙였다.
특히 문 대통령이 더빈 의원 일행에게 미군의 사드 한국 배치에 신중하게 대처하겠다고 재차 설명했지만, 미국 측에선 면담 후 사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 불신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미 당국이 이달말 정상회담에서 동맹강화를 재차 확인할 전망인 가운데 문대통령이 “한미동맹을 중시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정작 미국 측에서는 진의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아사히는 덧붙였다.
한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아사히 보도에 대해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한 시점에 우리가 그분들을 소흘히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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