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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3 농구 이승준-최고봉 “태극마크… 심장이 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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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3 농구 이승준-최고봉 “태극마크… 심장이 뜁니다”

입력
2017.06.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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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3 국가대표 이승준(왼쪽)과 최고봉이 13일 서울 역삼동 스포월드 내 엑시온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3대3 국가대표 이승준(왼쪽)과 최고봉이 13일 서울 역삼동 스포월드 내 엑시온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우리도 농구 국가대표팀과 같은 유니폼을 입습니다. 심장이 뛰어요.”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3대3 농구를 하는 이승준(39ㆍ205㎝)과 최고봉(34ㆍ186㎝)은 들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윌’(WILL)이라는 팀에서 신윤하(34ㆍ194㎝), 남궁준수(30ㆍ200㎝)와 함께 호흡을 맞춘 이들은 지난달 국내 예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18일(한국시간)부터 22일까지 프랑스 낭트에서 열리는 국제농구연맹(FIBA) 3대3 월드컵 2017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다. 대표팀 단장은 국내에 3대3 농구를 처음 도입한 김도균(51ㆍ경희대) 교수가 맡았다.

13일 서울 역삼동 스포월드 내 엑시온에서 본보와 만난 이승준과 최고봉은 “도쿄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됐다는 소식이 들려온 뒤, 우리를 향한 관심이 늘어났다”며 미소를 지었다. 3대3 농구는 5대5 정식 농구와 달리 일반 동호인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길거리 농구 형태로 알려졌지만 FIBA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제도권 스포츠에 올라섰다. 이승준, 최고봉은 일반인이 아닌 프로농구 선수 출신으로 은퇴 후 지난해 6월 3대3 농구에 정식 입문했다.

이승준은 KBL(한국농구연맹) 무대에서 이름을 날린 스타 플레이어다. 2009년 귀화 혼혈 선수로 서울 삼성에 입단했고, 원주 동부와 서울 SK를 거쳐 2016년 은퇴했다. 또 국가 대표팀에서도 활약했다. 최고봉은 조선대 졸업 후 2007년 울산 모비스에서 프로에 데뷔했고, 대구 오리온스와 서울 SK에 2009년까지 몸 담았다.

최근 연세대 어학당을 다니면서 한국말이 일취월장한 이승준은 “한국어 6급까지 하면 졸업하는데 지금 4급”이라며 “이제 한문과 사자성어도 배우는데 다른 일본인, 중국인 친구들과 달리 한자 배경 지식이 없어 어렵다”고 웃었다. 3대3 농구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어렸을 때부터 재미 있게 했던 3대3이라 지금도 당시를 생각하며 즐겁게 하고 있다”면서 “세계 대회도 많이 있고, 이번에 올림픽에도 들어가서 기쁘다”고 말했다.

최고봉은 “지난해 6월 입문하기 전까지는 아예 3대3 농구를 몰랐는데 한국에서도 점점 많이 알려지고 있고, 내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도 정식 종목이 돼 지금은 사명감이 크다”면서 “프로 때는 유명 선수가 아니었지만 3대3 농구로 태극마크까지 달고 큰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남궁준수(왼쪽부터), 신윤하, 최고봉, 이승준. 최고봉 제공
남궁준수(왼쪽부터), 신윤하, 최고봉, 이승준. 최고봉 제공

유니폼을 벗은 뒤 취미로만 농구를 즐기던 이들을 3대3 농구로 이끈 건 재일동포 정용기씨다. 일본에서 한일 농구 교류에 힘쓰던 그는 한국보다 활성화된 3대3 농구에 대한 정보를 빨리 습득하고 도쿄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을 일찌감치 예상했다. 정용기씨는 “2020년 올림픽을 위해 도전해보자고 결성했다”며 “지난해부터 일본 세미프로리그에 참가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점점 3대3 대회가 늘어나면서 태극마크를 달고 프랑스로 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승준과 최고봉이 느끼는 3대3 농구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승준은 “1대1 기술이 좋고, 화려한 플레이가 많이 나온다”고 했고, 최고봉은 “음악을 크게 틀고 파울 콜이 잘 안 나와 흐름도 안 끊긴다. 마치 종합격투기 UFC처럼 코트 안에 풀어 놓은 투견이 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준(왼쪽부터)과 팀 홍보 및 통역을 도와주고 있는 울산 모비스 소속 오종균, 최고봉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이승준(왼쪽부터)과 팀 홍보 및 통역을 도와주고 있는 울산 모비스 소속 오종균, 최고봉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배우한 기자

3대3 농구는 경기 규칙도 정식 5대5 농구와 다르다. 코트 반쪽 만을 쓰며 한 팀이 먼저 21점을 넣으면 이긴다. 2점슛은 1점, 3점슛은 2점으로 기록되고 공격 제한 시간은 12초다. 공인구도 5대5 공보다 작으면서 더 무겁다. 최고봉은 “2점슛을 아끼지 않고 과감하게 쏴야 한다”고 경기 노하우를 전했다.

FIBA랭킹 20위인 한국 대표팀은 이번 월드컵 대회 D조에 네덜란드(5위), 뉴질랜드(12위), 인도네시아(13위), 미국(4위)과 편성됐다. 이 중 상위 두 팀이 8강에 오른다. 3주간 스포월드 트레이닝 센터에서 최적의 몸 상태를 만든 이승준은 “잘 준비했다”면서 “뉴질랜드와 네덜란드는 꼭 잡고 싶다”고 말했다. 최고봉은 “5대5 보다 변수가 더 많은 종목”이라며 “슛만 잘 터지면 체격이 좋고 강한 팀도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이 이들의 승부욕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최고봉은 “(이)승준이 형이 지난달 태극마크가 걸린 국내 대회라 엄청 집중했다”며 “예전에도 그렇고 대표팀만 가면 펄펄 날던데 뭔가 특별한 느낌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승준은 “대표팀에 가면 더 즐기게 된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15일 인천공항을 통해 프랑스로 출국하고, 대회를 마친 뒤에는 일본 세미프로리그에서 뛴다. 최고봉은 “부족한 제가 기회를 얻었다”며 “겸손한 마음과 낮은 자세로 행동하고 코트 위에서는 죽을 힘을 다해 뛰고 오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김도균 단장은 “3대3 농구가 정식 스포츠로 인정 받아 큰 의미가 있다”면서 “프로에서 뛰었던 선수들인데 세계 무대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 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내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 현재 멤버들이 나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번 대회는 아시안게임 전초전 성격이 짙다”고 설명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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