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배우 이진욱(35)씨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며 무고한 혐의로 기소한 여성 오모씨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씨의 성폭행 혐의와 오씨의 무고 혐의 모두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회색지대에서 어정쩡하게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7월 오씨가 지인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만난 이씨가 자신의 집에 찾아와 성폭행했다며 경찰에 그를 고소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오씨는 성폭행 증거로 당시 입었던 속옷과 성관계 당시 입은 상처라며 신체 사진을 제출하기도 했다. 속옷에서는 이씨의 DNA가 검출돼 이씨는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이씨 역시 오씨를 무고 혐의로 맞고소를 하고 경찰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상황이 변했다. 경찰에 따르면 오씨는 4차례에 걸친 경찰 조사 끝에 강제성이 없는 성관계였다는 취지로 자백하고, 무고 혐의를 시인했다. 당시 경찰은 “오씨 진술을 종합해보면, 사건 당시 강제적인 일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도 ‘거짓’ 반응이 나왔다는 게 경찰 근거였다. 한마디로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는 결론이다. 경찰은 이씨에 대해선 ‘무혐의’ 의견으로, 오씨는 무고 혐의로 검찰에 넘겼고 검찰 역시 같은 판단을 해 오씨만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법원은 ‘원치 않은 성관계를 강요 받았다’는 오씨의 진술이 신빙성 있다며 14일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서정현 판사는 오씨가 성관계 당시와 직후 느낀 수치감, 굴욕감, 자책감 등의 감정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는 점, 오씨가 이씨를 모함할 의도로 허위 고소를 했다고 볼 사정이 없는 점 등도 오씨 주장이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 판사는 “이씨 진술로 봐도 둘 사이의 성관계에 대해 오씨가 명시적으로 동의한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무고죄는 신고 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반해 허위라는 적극적인 증명이 있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무고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이 이씨의 성폭행 사실로 연결될 수 없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이번 사건이 성폭행인지 아닌지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 없는 사실을 지어낸 악의적 고소인지 여부만 판단한 것이라는 취지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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