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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수거함 만들며 쓰레기 심각성 알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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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수거함 만들며 쓰레기 심각성 알게 돼”

입력
2017.06.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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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직업인 보고서∙연표 제작

동네와 소통하는 성장 모색

별 헤는 밤∙구슬 트랙 만들기

학기 내내 과학 활동에 흠뻑

학생∙교사 모두 성취감 높아져

지난해 대구 경서중 자유학기 프로그램 ‘함성소리’에 참여한 학생들이 교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만든 분리수거함을 소개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지난해 대구 경서중 자유학기 프로그램 ‘함성소리’에 참여한 학생들이 교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만든 분리수거함을 소개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예전에는 학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에 마땅히 적을 말이 없었어요. 이제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장점을 자연스럽게 발견하고 기록할 수 있게 됐죠.”

대구 경서중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나혜정 교사는 지난해 1학년 2학기 학생들과 경험한 자유학기를 이렇게 회상했다. ‘질풍노도의 시기’라고도 불리며 감정 변화가 무쌍한 중학생들이니만큼 나 교사는 학생들의 감정에 집중했다. 자신의 분노 표현 방법 되돌아보기, 나의 감정에게 편지쓰기, 감정에 이름 붙이기 등 나 교사가 기획한 ‘감정조절 글쓰기’ 프로그램은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에 대한 솔직한 성찰의 기회를 갖도록 했다.

교내 분리수거 문제에 학생들이 스스로 고민하도록 하기 위한 ‘삼겹살 파티’ 아이디어도 나 교사의 머리 속에서 나왔다. 주말 학교 뒤뜰에 모여 시끌벅적하게 고기파티를 연 뒤 남은 음식물과 각종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학생들은 학급 분리수거함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머리를 맞댔다. 나 교사가 이끈 경서중의 자유학기는 14일 교육부가 발표한 ‘제2회 자유학기제 실천사례 연구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나 교사는 “ ‘함께 성장하고 소통의 행복을 누린다’의 줄임말인 ‘함성소리’를 주제로 일상 속 작은 문제들을 공동체 속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지난해 전체 중학교(3,213개교)에서 전면 시행된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 동안 토론, 실습, 진로탐색 등 체험학습을 하도록 한 교육과정이다. 지난해 교육부가 학생ㆍ학부모ㆍ교사 15만2,440명을 대상으로 시행 전후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학생들의 학교생활 행복감은 시행 전 3.96점(5점 만점)에서 시행 후 4.10점으로 높아졌다. 교사들 역시 교사로서의 역량이 시행 전(3.99점)보다 시행 후(4.18점)가 더 높아졌다며 다양한 수업 운영에 만족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번 연구대회에서 교육부장관상을 받은 경기 중원중은 ‘fun fun한 과학’이라는 큰 주제 아래 ‘별 헤는 밤(천문학자 따라잡기)’ ‘쥐라기 공원(나는 고생물 학자)’ ‘화폐 속으로(과학자 헌정 화폐 만들기)’ 등 제목만으로도 눈길을 사로잡는 흥미로운 과학 활동에 집중했다. 특히 빨대와 핀을 사용해 느리지만 구슬이 멈추지 않고 결승선에 도달할 수 있는 ‘느림보 구슬 트랙 만들기’에 참여한 학생들은 “다른 팀보다 기록은 떨어지지만 구슬이 멈추지 않고 결승선을 완주하자 시험에서 100점을 맞은 것처럼 기뻤다”며 뿌듯해 했다. 융해와 응고란 과학원리를 이용한 ‘향초 만들기’ 합금과 도금 실험을 통한 ‘열쇠고리 만들기’ 등 과학을 통해 일상을 접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김미경 교사는 “그토록 많은 초등학생들이 꿈꿨던 과학자의 꿈을 다시 꾸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속한 마을 속에서 진로를 탐색해보는 경기 시흥중의 ‘함성소리 가득한 생동감 넘치는 행복한 배움터’도 “긍정적 자아인식과 미래에 대한 진로탐색을 유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수상작에 포함됐다. ‘마을 직업인 보고서’ ‘마을 기관 연표 제작’ ‘나의 멘토 소개’ 등 평소 몰랐던 동네의 모습을 찾아가면서 학생들은 “마치 마을의 보물찾기를 하는 듯한 느낌”이라며 호기심을 불태웠다. 이를 이끈 박순옥 교사는 “학생과 교사는 물론 마을이 함께 소통하며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대회에는 ▦교과수업개선 ▦자유학기활동 ▦학교교육과정운영 등 세 분과에 총 240편의 자유학기 프로그램이 출품됐다.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이 가운데 총 47편의 입상작을 선정해 오는 8월 서울에서 열리는 자유학기제 수업콘서트에서 시상을 할 예정이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창의성과 인성, 다양성을 두루 갖춘 미래사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학생이 주도하는 수업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자유학기제를 더욱 내실 있게 운영하고 확대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전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경기 중원중 학생들이 망원경 만들기에 한창이다. 교육부 제공
경기 중원중 학생들이 망원경 만들기에 한창이다. 교육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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