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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재외동포

입력
2017.06.1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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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들의 네트워크가 모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된 사례는 많다. 중국 화교(華僑)가 대표적이다. 개혁ㆍ개방 이후 중국이 급성장한 배경으로 전 세계에 퍼져 있는 6,000만~7,000만 화교의 인적ㆍ물적 투자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의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절반 이상이 화교에서 나온다. 인도 역시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인교(印僑ㆍ재외인도인)가 없었다면 IT 강국으로의 부상은 어려웠을 것이다. 8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유대인의 해외 민간조직이 이스라엘의 글로벌 정치ㆍ경제적 위상 제고에 기여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 우리 재외동포들의 힘도 이에 못지않다.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는 재외동포의 자산가치를 1,200억 달러로 평가한 적이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10분의 1 규모다.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서는 우리의 자동차ㆍ가전ㆍ통신 업체의 해외시장 1차 타깃이 재외동포라는 점이 이를 보여 준다(재외동포재단 <세계를 품은 한인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시 한미관계의 기본은 “200만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180여개 나라에 퍼져 있는 재외동포는 720만명, 전체 국민의 15%다. 엄청난 잠재력이다.

▦ 하지만 이런 외적 규모와는 달리 재외동포가 우리 사회에서 맞닥뜨리는 현실은 척박하기 그지없다. 재외동포의 자격을 ‘동포 3세’로 제한하는 재외동포법 시행령 때문에 의료보험, 보육지원 등 사회안전망에서 원천 배제된 채 비참하게 살아가는 동포들이 적지 않다. 지난 9일에는 국내 체류 고려인 4세 김율랴(고1) 양이 “부모님이 있는 대한민국에서 함께 살 수 있게 해 주세요”라는 청원서를 냈다. 김양처럼 부모를 따라 입국했다가 19세가 넘으면 추방돼 가족과 생이별할 고려인 4세들이 1,000여명이다.

▦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을 재외동포청이나 재외동포위원회로 격상해야 할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제기됐으나 말만 무성할 뿐이다. 지난 대선에서 재외선거 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고 호들갑만 떨게 아니라 이들의 표심을 현실로 바꿔 줄 때가 됐다. 재외동포의 역이민이 심각한 인구절벽을 겪는 우리 사회에 주는 긍정적 영향도 작지 않을 것이다. 올해는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이다. 한으로 점철된 우리 재외동포의 삶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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