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앞두고 미, 통상압력 수위 높여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가 이달 29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통상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중이 담긴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 해소 요구안을 우리 정부에 제시했고, 미 상무부는 내년 1월로 예정됐던 한국산 철강에 대한 안보 영향 조사결과를 이번 주 발표할 예정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의 요구를 대폭 관철해 미국의 통상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암참은 14일 서울 여의도 암참 사무실에서 지난달 미국을 다녀온 ‘암참 도어녹(Doorknock)’ 사절단의 방문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미국의 한국 무역적자 규모가 두 배가 된 것이 문제라는 점에 대해 미 고위인사들과 뜻을 함께했다”며 “한미 FTA 관련 향후 양국 논의에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몇 가지 조치를 이행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암참은 우선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미국산 제품 구매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 100억달러(약 10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 구매 펀드’ 조성을 발표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미국의 지난해 대한 무역적자가 약 232억5,000만달러에 달했던 만큼 한국 정부가 100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미국산 제품 구매에 적극 나선다면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가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미 무역대표부(USTR)의 무역장벽보고서에 기술된 한미 FTA 미이행 사안들을 향후 10~12개월 안에 해결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노력하는 방안 ▦미국산 천연가스(LNG) 및 셰일가스 수입물량을 늘리는 것 등도 제안했다.
암참의 이날 요구는 한미 FTA 등 양국 통상관계에 불만을 품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제프리 존스 전 암참 회장은 이날 “해당 요구안들이 미 백악관과 상무부 등 고위인사들과 수차례 논의 끝에 나온 아이디어”라고 거듭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 정부에 FTA 재협상 압박을 최소화하려면 해당 요구안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공세 강화로 국내 철강업계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산업부는 이날 ‘철강 수입규제 태스크포스(TF) 긴급점검 회의’를 열고 이르면 이번 주 발표되는 상무부의 한국산 철강에 대한 안보 영향 조사결과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내년 1월로 예정됐던 발표 시점이 이번 주로 크게 앞당겨짐에 따라 한국산 철강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수입물량 제한 등의 부정적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철강 산업은 탱크 등 미국의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라면서 “한미 정상회담 개최 직전 조사결과를 발표해 우리 정부를 압박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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