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에 시달리던 외국계 은행들이 잇달아 국내에서 발을 빼고 있다. 파생상품거래 규제 강화로 외국계 은행의 국내 지점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이들의 국내 시장 철수 도미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14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에서 미국계 골드만삭스, 영국계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스페인계 방코 빌바오 비즈카야 아르헨따리아(BBVA) 등 3개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이하 외은 지점)에 대한 폐쇄 인가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각각 2006년과 2013년, 2011년 국내에 지점을 설립했던 이들 외은 지점은 폐쇄를 위해 모든 금융거래를 정리하고 총 107명 직원들과도 퇴직 협의를 마친 상태다.
다만 은행ㆍ증권 지점 별도 운영에 따른 중복 비용을 아끼기 위해 은행 지점 폐쇄를 결정한 골드만삭스는 증권지점을 통해 국내 영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BBVA는 지점을 폐쇄한 대신 국내에 사무소를 신설해 국내 시장 모니터링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지점 폐쇄로 국내에서 영업 중인 외은 지점은 총 43개 은행 50개 지점(17개국)에서 40개 은행 47개 지점(16개국)으로 줄었다. 여기에 이미 지난해 국내 철수 계획을 밝힌 스위스 연방은행(UBS)과 영국계 바클레이즈도 올 하반기 이후 폐쇄 인가 신청을 앞두고 있어 국내에서 발을 빼는 외은 지점은 더 늘어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유럽계 은행 본점의 영업 악화에 따른 비용축소 노력과 국내 지점의 수익성 저하를 철수의 주 요인으로 분석했다. 그간 유럽계 은행은 자국 본점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국내에서 파생거래를 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냈지만 국내 저금리 기조로 투자 수익이 떨어지고 파생거래 규제 강화로 자본확충 부담도 커지면서 수익성도 낮아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글로벌 규제 환경 변화로 국내뿐 아니라 영국과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지역에서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RBS는 2014년 26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지만 2015년 241억, 지난해에는 24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골드만삭스와 BBVA도 지난해 각각 139억원과 78억원의 적자를 냈다.
앞으로 유럽계 은행의 지점 폐쇄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RBS는 한국을 포함해 홍콩 호주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9개국과 유럽 중동 등 총 30개국에서 영업을 철수했다. 바클레이즈도 한국 대만 등 아시아 6개국에서 사업을 철수하고 일본과 중국 등은 축소한다.
다만 금융당국은 중국 광대은행, 인도 SBI 등 무역금융과 대출 등 상업은행 업무를 주로 하는 아시아계 은행의 국내 시장 진입은 2008년 이후 가장 활발하다고 전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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