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는 선생님과 하는 첫 내한공연이라 부담도 됐죠. 이번에는 그 동안 같이 맞춰온 호흡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듀오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2014년 세계 3대 음악 콩쿠르 중 하나인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차세대 소프라노로 우뚝 선 황수미(31)가 2년 만에 고국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성악 공연으로는 이례적으로 티켓을 구하기 위한 행렬을 만들어냈던 2015년 공연에서 함께 했던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72)가 이번에도 반주를 맡는다.
도이치는 요나스 카우프만, 디아나 담라우, 헤르만 프라이 등 세계 최고 성악가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는 피아니스트지만 동양에서 온 신예 소프라노에게 먼저 러브콜을 보냈을 정도로 황수미에 대한 신뢰가 깊다. 14일 서울 정동 한 음식점에서 만난 도이치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이전에 마스터클래스에서 수미를 보고 이미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었다”며 “수미는 자신이 느끼고,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표현하는 데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적극적으로 표현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2014년 콩쿠르에서 참가자와 심사위원으로 다시 만났다. 콩쿠르가 끝난 후 도이치는 황수미에게 “언제든 피아니스트가 필요하면 연락해 달라. 함께 연주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한국 독창회를 시작으로 영국 런던 위그모홀 등 유럽 무대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리허설 중 노래 가사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할 정도로 호흡이 잘 맞는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립음대 교수이기도 한 도이치는 각국에서 연주와 강의를 하며 바쁘고 황수미 역시 독일 본 오페라 극장 소속 솔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어 시간을 내기 쉽지 않은 데도 이들은 한국에 들어오기 전 이미 수 차례 만나 곡을 맞춰봤다.
오는 1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공연에서는 낭만부터 현대까지 아우르는 가곡을 선곡했다. 두 사람이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도 리스트의 ‘페트라르카의 3개의 소네트’로 같다. “페트라르카라는 시인의 시에 음악을 붙인 곡인데 연인 라우라에 대한 애정이 잔뜩 담긴 낭만의 극치를 보여주는 작품이에요. 중간중간 피아노 솔로 연주도 굉장히 아름답고요.”(황수미)
2014년부터 본 오페라 극장에서 3명의 소속 소프라노 중 한 명으로 활약하고 있는 황수미는 한국에서도 오페라 무대에 서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본 오페라 극장에서는 모차르트 ‘마술피리’의 파미나로 데뷔했거든요. 한국에서도 오페라로 얼른 무대에 서고 싶어요.”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