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봉준호 “소규모 상영 만족…이젠 영화 즐겨주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봉준호 “소규모 상영 만족…이젠 영화 즐겨주길”

입력
2017.06.14 15:49
0 0
봉준호 감독이 14일 오전 서울 신문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영화 ‘옥자’ 내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활짝 웃고 있다. 최지이 인턴기자
봉준호 감독이 14일 오전 서울 신문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영화 ‘옥자’ 내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활짝 웃고 있다. 최지이 인턴기자

“이제는 논란을 끝내고 영화를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옥자’의 개봉 방식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극장 측의 (보이콧)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한다”며 “(상영관은) 적지만 길게 관객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가 제작한 ‘옥자’는 29일 극장·온라인 동시 개봉을 추진하고 있어, ‘선 극장 개봉·후 온라인 공개’ 원칙 준수를 요구하는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국내 멀티플렉스 체인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14일 서울 신문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옥자’ 기자회견에 참석한 봉 감독은 “영화업계가 스트리밍 영화와 극장 영화에 대한 규칙을 세부적으로 다듬는 데 이 영화가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며 “영화 외적으로 그런 부분에 기여할 수 있다면 이 또한 복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열린 칸국제영화제에서도 경쟁부문 진출작 ‘옥자’의 상영 방식을 두고 프랑스극장협회가 반발해 칸영화제는 내년부터 프랑스 극장 상영을 전제로 초청작을 선정한다는 규정을 부랴부랴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봉 감독은 “넷플릭스의 원칙도 존중받아야 한다”며 동시 개봉 의지를 꺾지 않았다. 그는 “‘옥자’는 넷플릭스 가입자들의 회비로 만들어진 영화”라며 “극장 관객들을 위해 넷플릭스 가입자들에게 기다리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논란은 ‘옥자’를 큰 스크린에서 많은 사람에게 보여 주고 싶은 개인적 욕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옥자’는 글로벌 기업에 납치당한 슈퍼돼지 옥자를 구하려는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의 모험을 통해 자본주의의 탐욕과 비인간성을 드러낸다. 봉 감독은 영화 준비 과정에서 미국 콜로라도주의 도축장을 방문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피와 배설물이 뒤섞인 냄새가 잊히질 않아 두 달간 비건(Vegan·고기는 물론 우유와 달걀도 먹지 않는 채식주의)으로 살았다”고 고백했다. 지금도 “돼지고기는 입에 대지 않는다”고 한다. 봉 감독은 “육식에 반대하진 않는다. 자연에서 동물도 동물을 먹는다”며 “다만 이익을 위해 동물을 대량생산의 일부로 만들어버린 공장식 축산에 대해선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옥자는 돼지와 하마, 코끼리, 미국 플로리다에 사는 동물 매너티 등을 합성해 탄생했다. 그럼에도 ‘슈퍼하마’나 ‘슈퍼코끼리’가 아니라 ‘슈퍼돼지’로 설정한 건, 돼지의 상징성 때문이다. 봉 감독은 “돼지는 섬세하고 똑똑하고 청결한 동물이지만 사람들은 돼지를 보며 음식을 떠올리지 않나”라며 “그 자체로 아름다운 동물이면서 식품으로 처리되는 이중적 운명을 보여 주기에 돼지가 적합한 존재였다”고 설명했다.

영화에는 한국 배우 안서현과 변희봉을 비롯해 영국 배우 틸다 스윈턴과 릴리 콜린스, 미국 배우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스티븐 연 등이 출연한다. 스윈턴과 연, 다니엘 헨셜,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는 한국을 방문해 기자회견에도 동석했다. 배우들은 “옥자를 고향 한국으로 데려와 기쁘다”며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봉 감독의 전작 ‘설국열차’(2013)에도 출연했던 스윈턴은 “봉준호는 내 남동생(My Brother)”이라며 “이제는 한국 영화인이 된 것 같다”고도 말했다.

배우들은 한국 관객들이 ‘옥자’에서 소중한 메시지를 얻어 가길 바랐다. 에스포지토는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면 미자처럼 그 사랑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다”며 “‘옥자’는 용기와 헌신, 신뢰에 대한 영화”라고 말했다. 헨셜은 “‘옥자’는 인류의 희망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어둠보다 빛을 선택하는 데 이 영화가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봉 감독은 “자본주의 시대가 주는 피로감이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파괴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미자와 옥자가 보여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14일 서울 신문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옥자’ 기자회견에서 배우 변희봉(왼쪽부터)과 틸다 스윈턴, 안서현, 스티븐 연,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다니엘 헨셜, 봉준호 감독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최지이 인턴기자
14일 서울 신문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옥자’ 기자회견에서 배우 변희봉(왼쪽부터)과 틸다 스윈턴, 안서현, 스티븐 연,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다니엘 헨셜, 봉준호 감독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최지이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