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4시 30분 서울 홍익대 인근 클럽에반스. 내리쬐는 햇볕 아래 100여 명의 사람이 줄을 서 있었다. 30분 뒤에 시작될 가수 검정치마(본명 조휴일)의 게릴라 공연 입장을 기다리고 있던 이들이다.
평일의 어중된 시간에 작은 공연장에 이토록 많은 사람이 몰린 건 검정치마의 무대를 워낙 보기 어려워서다. 두문불출하기로 소문난 ‘인디 대어’는 무려 6년 만에 최근 새 앨범 ‘팀 베이비’를 냈다. 관객 앞에서 공연한 지도 4년이 지났다. 이 때문에 제주에서 올라온 관객도 있었다. 공연 공지가 검정치마의 소속사 하이그라운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라온 게 이날 오후 1시. 이를 고려하면 공지를 확인하자마자 항공권을 부랴부랴 구해 불과 2~3시간 만에 제주에서 서울로 날아왔다는 얘기다. “서울에 볼 일 있어 와 있었던 게 아니라 이 공연 보러 제주에서 오신 거예요?” 검정치마가 신기해 묻자 관객은 “예”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무료 공연을 볼 수 있었던 이는 불과 110여 명. 줄을 서 대기하던 수십 명의 사람은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공연엔 웃음과 환호가 넘쳤다. 그는 “지켜 보는 우리의 마음도 힘들었다”며 일찌감치부터 줄을 선 관객을 위로하며 9곡을 내리 연주했다. 새 앨범에 실린 ‘내 고향 서울엔’과 ‘에브리씽’부터 ‘인터내셔널 러브 송’과 ‘아이 라이크 와칭 유 고’ 같은 1~2집 히트곡으로 분위기를 달궜다. “유쾌와 우울을 절묘하게 넘나드는 게 매력”(성시권 음악평론가)인 검정치마는 “이렇게 롱런 할 줄 몰랐다”는 자조적인 농담도 잊지 않았다. 13세에 미국으로 이민을 간 검정치마는 2007년 무작정 한국에 들어와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의 ‘숨은 고수’에 지원했다 마지막 관문에서 탈락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는 이듬해 그간 작업했던 곡을 1집 ‘201’에 담아냈고, 어느덧 인디신을 대표하는 음악인이 됐다.
“혁오와 함께 무국적성 음악이 특징”(윤성현 KBS 라디오 PD)인 검정치마의 ‘팀 베이비’엔 동서양을 아우른 문화적 다양성이 그득하다. 몽환적인 느낌이 강한 드림 팝 장르(‘난 아니에요’)와 컨트리 음악(‘러브 이즈 올’)을 활용해 이국적인 분위기를 주면서, 노랫말에 담긴 서정은 토속적(‘내 고향 서울엔’ㆍ‘혜야’)이라 낯설면서 친숙하다. 흑백 필름 영화를 보는 것처럼 아련하고 따뜻한 감성은 1,2집과 비교해 더 짙어졌다. “때론 유치할 정도로 순수한”(김윤하 음악평론가) 노랫말이 장점인 그는 신곡 ‘다이아몬드’에서 사랑을 영원히 변하지 않는 다이아몬드로 표현하는 동심을 잃지 않는다.
부모님 결혼식 사진을 앨범 재킷 사진으로 쓴 검정치마는 ‘팀 베이비’를 사랑 노래로 채웠다. 검정치마는 ‘팀 베이비’를 시작으로 서로 다른 주제의 두 앨범을 각각 내 3집을 완성한다. 하이그라운드 측에 따르면 검정치마는 현재 새 앨범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검정치마는 게릴라 공연 말미 “여름엔 더 많은 공연으로 찾아 뵙겠다”며 활동 계획을 전한 뒤 국산 승합차에 동료 연주자를 태우고 공연장을 떠났다. 녹음실로 가는 반포대교 위에서 영감이 떠올라 새 앨범에 실린 ‘에브리씽’을 추가 녹음했다는 그의 말처럼 꼼꼼한 그가 제 때 앨범을 낼 지는 미지수지만.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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