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학교 서열화 철폐 정책 시동
매년 중3, 고2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되던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 일명 ‘일제고사’가 사실상 폐지된다. 외국어고ㆍ자율형사립고 폐지와 수능 절대평가 전환 등 문재인 정부의 ‘줄 세우기 식 교육 철폐’ 정책이 줄줄이 예고된 가운데, 일제고사 폐지는 이런 교육정책의 첫 시동으로 평가된다.
박광온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대변인은 14일 “이달 20일 예정된 학업성취도평가부터 시행방식을 전수평가에서 표집평가로 전환하기로 교육부와 합의했다”며 “학업성취도평가가 시ㆍ도 간, 학교 간 등수 경쟁으로 왜곡돼 시행 취지와 어긋나고 있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일제고사란 명칭이 해당 학년의 모든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치러야 하는 시험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만큼, 사실상 일제고사를 폐지키로 한 것이다. 학업성취도평가가 표집평가로 바뀌면 전체 대상 학생(93만5,059명)의 약 3%인 2만8,646명(중학교 476개교 1만3,649명ㆍ고등학교 472개교 1만4,997명)만 시험을 치르게 된다. 교육부는 2018년부터 표집평가로 전환하되, 오는 20일 예정된 올해 평가는 교육청의 여건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시험 실시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학업성취도평가는 교육정책 개선 및 기초학력미달 학생의 학습결손 보충 등의 기초자료 확보 목적으로 1986년부터 시행돼 왔다. 학생들은 평가 점수를 바탕으로 ‘보통학력 이상’(교육과정 50% 이상 이해) ‘기초학력’(20%∼50% 이해) ‘기초학력 미달’(20% 미만) 등으로 나뉜다. 전수평가와 표집평가 형태가 수 년씩 바뀌어가며 시행되다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이를 전수평가 형태로 전환한 뒤 10년 가까이 이어져왔다. 초등학교 학생을 평가 대상에 포함시키던 제도는 2013년 폐지돼 현재는 중3, 고2 학생만 시험을 치른다.
전수평가 방식은 현장 교육을 왜곡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학교별 성취수준 비율만 공시 사항이고 학교ㆍ지역별 세부적 통계는 비공개가 원칙인데도 일부 공개된 데이터를 활용해 학교를 줄 세우기하고 경쟁을 조장하는 일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지역교육청과 학교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점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모의고사를 시행하거나 평가 전 일정 기간 동안 체험학습을 금지하는 등 폐해가 반복돼 왔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가 수준에서 학생의 학업 성취 수준을 체계적으로 진단한다는 취지를 구현하되 시도교육청의 자율성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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