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 김모(47) 교수 연구실 사제폭발물 사건 피의자 김모(25)씨가 범행 당일 알리바이까지 꾸민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김 교수 제자인 김씨가 알리바이를 꾸미기 위해 전날 이른 새벽부터 자신의 하숙집을 나와 연구실을 찾아갔으며, 지난 5월말부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오전 2시 37분쯤 서대문구 연세대 근처의 하숙집에서 나와, 오전 3시쯤 학교에 도착했다. 김씨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사건장소인 4층 김 교수의 방이 아닌 5층에 있는 연구실. 김씨가 연구실에 도착했을 당시 1명의 다른 학생이 연구실에 있었지만, 별다른 의심을 받진 않았다.
김씨는 이곳에서 평소 사용하던 3D프린터 프로그램을 구동시킨 뒤, 범행시간인 7시 40분쯤 피해자인 김 교수 방이 있는 4층으로 내려가 폭발물이 든 종이가방을 문 앞에 놓고 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때 자신의 모습을 숨기기 위한 모자나 마스크 등을 착용하진 않았다.
최초 경찰조사 과정에서 김씨는 “3D프린터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해 학교를 갔으며, 7시 40분쯤 학교를 돌아다닌 건 잠을 깨기 위한 것”이라고 거짓말했다. 그러나 경찰이 김씨 집 주변에서 발견된 수술용 장갑과 폐쇄회로(CC)TV 등 증거물을 제시하며 추궁하자, 오후 7시 7분쯤 범행을 자백했고, 8시 23분쯤 긴급체포 됐다.
사제폭탄 제작을 결심한 계기와 준비 기간도 드러났다. 김씨가 범행을 결심한 건 5월 말로, 이 때부터 준비한 폭발물은 이달 10일에 완성했다. 경찰조사에서 그는 “언론에서 전해진 해외 테러 소식을 보고 사제폭발물 제작을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참고한 게 아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지식으로만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다만 “범행 동기에 대해선 말 할 단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까진 개인적 불만이나 원한을 품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만, 경찰은 “사실관계 확인이 조금 더 필요한 상태"라고 전했다. “현재까지 언론 등을 통해 나온 ‘학점에 대한 불만’ 또는 ‘업무과중으로 인한 영어공부 부족’ 등의 이유는 현재까지 김씨가 얘기한 적 없는 내용”이라고도 덧붙였다.
김씨를 상대로 이날 오전 10시쯤부터 2차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경찰은 이르면 이날 저녁, 늦어도 15일 오전까지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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