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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상윤 "반듯한 이미지 부담? 변신할 기회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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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상윤 "반듯한 이미지 부담? 변신할 기회 오겠죠"

입력
2017.06.1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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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멜로에 특화된 남자 이상윤이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을 했다. 장르물에 속하는 SBS 종영드라마 '귓속말'을 통해서다. 이상윤은 극중 악마의 귓속말에 흔들려 자기합리화를 하며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마는 이동준을 연기했다. 하지만 선의의 피해자인 신영주(이보영)를 만난 후 결국 자신을 내던지며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린다.

초반 대립각을 형성한 신영주와 동지에서 연인이 되면서 이동준의 '고생길'은 훤히 열렸다. 악의 무리들과 맞서 싸우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감정 소모가 상당했다. 이상윤은 연신 "정말 힘든 작업이었다. 살도 많이 빠졌다"고 강조했다.

"작품 내내 사람들과 신경전을 벌여야 했다. 한 시도 쉴 틈 없이 사건 진행이 빠르게 되다 보니 힘이 많이 들었다. 중간중간 '내가 이걸 잘 소화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막상 드라마를 끝내고 나니 좀 더 잘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평대로 극 초반 중심을 못 잡고 연기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상윤은 "박경수 작가의 대본이 기존 드라마보다 많이 어려웠다"고 했다. "보통 내가 만난 작품들은 인물을 따라가는 형식이었다. 그에 반해 박 작가님의 글은 사건이 먼저 흘러가고 인물들이 변해가는 방식이었다. 이동준의 입장에서 연기를 하면 전체 이야기 약간 불협화음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 3~4부까지는 그랬던 것 같다."

'귓속말'은 매회 사건이 터지는 드라마였다. 이동준과 신영주가 힘을 합쳐 악의 무리를 소탕하는가 싶다가도 매번 뒤통수를 맞았다. 두 사람의 시원한 복수를 기다린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고구마 전개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

"사실 나도 많이 답답했다. 대본을 봤을 때는 이해했는데 막상 그 상황에서 연기를 하려니 굉장히 답답했다. 여러 가지 약점이 잡힌 상태에서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상태로 연기를 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 뒤통수를 맞는 게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너무 멍해져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에 이르기도 했다(웃음). 연기의 위기를 느낀 건 아니지만 극한의 궁지에 몰린 기분을 느낀 건 맞다."

이상윤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내 딸 서영이'로 멜로 호흡을 한 이보영과 재회했다. 초반부터 러브라인이 그려진 '내 딸 서영이'와는 달리 '귓속말'은 적에서 동료로, 연인으로 되는 과정을 담아야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남녀의 사랑보다는 서로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었던 것 같다. 사실 동준과 영주의 멜로가 담기면서 시청자들이 너무 갑작스럽다고 느끼지 않을지 걱정했다. 그런데 박 작가님의 방식은 우리가 알고 있는 멜로가 아니었다. 감정이 극에 달한 멜로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극 중 이동준과 강한 대립각을 펼친 인물로 강정일(권율)을 빼놓을 수 없다. 두 남자의 팽팽한 기 싸움은 극의 긴장감을 형성하며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권율이 참 연기를 잘한 것 같다. 내가 배울 점이 너무 많았다. 대사와 캐릭터 소화력을 보면서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권율이 연기한 강정일처럼 이동준이 악했어도 그만큼의 매력이 있을 것 같다. 스펙에서 밀리고, 지략에서 밀리는 이동준을 보면서 과연 강정일을 어떻게 이길까 늘 의심했던 것 같다(웃음)."

데뷔 11년 차인 이상윤은 주로 반듯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한 없이 망가진다거나 코믹한 캐릭터를 맡은 적이 없기도 하다. 늘 그랬듯이 지적인 이미지로 굳혀지는 것에 대한 조바심은 없을까?

"데뷔 초에는 몇 번 이런 인물들을 연기하면 다른 캐릭터를 맡고 싶었다. 늘 고민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이미지 고착화에 대한 조바심은 별로 느끼지 않는다. 김혜수 선배가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면 되지 왜 이미지를 굳이 버리려 하느냐'고 조언한 적이 있다. 이렇게 연기하다 보면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맡을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드라마에서 그런 기회가 없다면 영화 쪽에 문을 두드려도 되지 않나. 영화계에서는 난 아직 신인이니까."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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