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3일 억류 중이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 석방에 맞춰 리흥식 외무성 인권대사를 뉴욕의 유엔본부에 파견한 사실이 확인됐다.
리 대사는 이날 유엔총회 제10차 장애인권리협약당사자회의에 국가대표로 참석해 북한의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진실로 진정한 인권을 누리고 있다(truly enjoying genuine human rights)”고 주장했다. 리 대사는 “DPRK(북한)는 장애인 권리 보호 증진을 위한 국제협력과 협약이행을 중요시하고 있다”며 “협약이 명시한 10년 목표 이행을 위해 가입국가로서 운영위원회와 해당 국제기구, 국가들과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확약했다.
유엔에서는 리 인권대사의 유엔 방문이 웜비어가 억류 17개월 만에 의식불명 상태에서 석방된 것과 동시에 이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유엔 정기총회 고위급 토의(기조연설)가 아닌 일반회의에 대표단을 파견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외교적 고립을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유엔에서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웜비어의 석방소식을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것도 이례적인 조치로 보고 있다. 아직 북한에 억류 중인 나머지 미국인 3명의 석방을 위한 북미 간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리 대사가 이끄는 대표단 일행에는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 차석대사로 활동하다 2014년 12월 귀임한 리동일 외무성 국제기구 국장이 포함돼 있어, 유엔의 더욱 활발한 대북지원 활동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대북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는 각종 유엔기구 대표와 실무자들, 관련 유엔 사무국 직원들을 만나 “인도주의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리 대표단 일행이 “지난 8일 평양을 출발했다”고 대외적으로 선전해 이번 뉴욕 방문 성과를 크게 기대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앞서 북한은 유엔 정기총회 고위급토의를 떠나 2016년 4월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파리 기후변화 서명식과 지속개발목표 달성에 관한 고위급 토론회에 당시 리수용 외무상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파견해 주목을 끌었다.
뉴욕(유엔본부)=신용일 프리랜서기자
리흥식 북한 외무성 인권대사가 13일 오후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 10차 장애인권리협약당자사회의에 참석해 북한 당국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유엔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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