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취는 내 손에 달린 게 아니다.”
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 국가대표 감독이 자신의 거취를 직접 언급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4일 카타르와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8차전 원정에서 2-3으로 패했다. 조 2위는 간신히 유지했지만 월드컵 진출은 장담할 수 없는 처지로 몰렸다. 무엇보다 또 다시 무기력한 경기를 보여준 탓에 팬심은 폭발 직전이다. 슈틸리케 감독도 경질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미 지난 3월 중국(0-1), 시리아(1-0)와 2연전에서 졸전을 벌여 거센 경질 압박을 받았지만 간신히 재신임을 받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카타르전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기에 앞서 “내 거취에 대한 질문이 나올 것 같다”고 먼저 말을 꺼냈다. 그는 “그 질문에 대해서는 내가 답할 수 없다. 내 손에 달린 게 아니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서 말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에서 경질 결정을 하면 따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현재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대표팀과 동행 중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어 “의욕을 갖고 희망을 품고 기대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돼서 상당히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홍정호가 선발로 뛰기로 돼 있었고, 손흥민이 부상으로 교체된 것이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쳤지만 핑계를 댈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홍정호는 전날 몸이 좋지 않아 선발에서 빠졌고 손흥민은 전반 30분 만에 부상으로 교체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오늘 결과는 나에게 책임이 있다. 선발, 전술 모두 감독이 결정하기 때문에 내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오늘은 전반부터 많이 고전했고 0-1이라는 스코어 뿐 아니라 볼을 제대로 간수 하고 갖고 있지 못해 어렵게 풀고 나갔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후반에는 좀 더 나은 경기를 보여주면서 동점까지 만들어내고, 압박하면서 세 번째 득점을 노렸는데, 실점했다”며 “그 과정에서 선수들이 많이 나가 공격을 차단하지 못하고 도와줄 수 있는 동료가 부족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스리백을 가동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는 “이라크전에서 전반 경기력이 좋지 않았고, 선수들이 익숙해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스리백이냐, 포백이냐보다 세 번째 실점을 당한 것처럼 다른 선수들을 도와주는 협력 수비가 아쉽다”고 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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