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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 참사’… 한국축구도 슈틸리케도 ‘백척간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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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 참사’… 한국축구도 슈틸리케도 ‘백척간두’

입력
2017.06.14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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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들이 14일 카타르와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8차전에서 2-3으로 패한 뒤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기뻐하는 카타르 선수들의 모습과 대조된다. 도하=연합뉴스
한국 선수들이 14일 카타르와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8차전에서 2-3으로 패한 뒤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기뻐하는 카타르 선수들의 모습과 대조된다. 도하=연합뉴스

카타르 원정에서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4일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8차전에서 2-3으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최종예선 원정 4경기에서 1무3패의 부진을 이어갔다. 카타르에도 1984년 이후 33년 만에 패배를 허용했다.

가장 큰 문제는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로 몰렸다는 사실이다.

현재 A조에서는 이란이 6승2무(승점 20)로 조 2위까지 주어지는 본선 직행 티켓을 이미 땄다. 2위 한국은 4승1무3패(승점 1)로 3위 우즈베키스탄이 4승4패(승점 12)에 단 1점 차로 앞서 있다. 이란이 전날 우즈벡을 이기면서 한국은 카타르 원정에서만 승리하면 우즈벡과 격차를 벌릴 수 있다. 하지만 이란이 만들어 준 기회조차 살리지 못했다. 한국은 8월 31일 이란과 9차전(홈), 9월 5일 우즈베키스탄과 10차전(원정)에서 삐끗하면 3위로 추락할 수도 있다. 3위가 되면 B조 3위와 플레이오프를 치른 뒤 다시 북중미 팀과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치러 이겨야만 월드컵에 갈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 경질론도 다시 불어 닥칠 전망이다.

실점한 뒤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슈틸리케(왼쪽) 감독. 오른쪽은 호르헤 포사티 카타르 감독. 도하=연합뉴스
실점한 뒤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슈틸리케(왼쪽) 감독. 오른쪽은 호르헤 포사티 카타르 감독. 도하=연합뉴스

축구에서 가장 재미있다는 ‘2-3’ 펠레스코어가 나왔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분통 터지는 졸전이었다.

한국은 전반 25분 선제골을 헌납했다. 페널티박스 바로 앞에서 최철순(30ㆍ전북)이 반칙을 해 상대에게 프리킥이 주어졌다. 알 하이도스가 감각적인 오른발 감아 차기 슈팅으로 한국의 그물을 갈랐다. 골키퍼 권순태(33ㆍ가시마 앤틀러스)가 다이빙도 하지 못하는 코스였다. 이후 설상가상으로 손흥민(25ㆍ토트넘)이 착지 과정에서 손목을 다쳐 교체 아웃됐다. 전반 38분 한국은 또 한 번 결정적인 위기를 맞았지만 최철순의 육탄 방어로 실점은 면했다. 전반 41분 이근호(32ㆍ강원)가 상대 수비와 몸싸움을 이겨낸 뒤 날린 왼발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혀 땅을 쳤다.

후반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후반 6분 아크람 아피프가 알 하이도스와 이대일 패스를 통해 순식간에 골키퍼와 일대일기회를 만들었다. 아피프는 침착하게 슈팅을 성공했다.

0-2.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스코어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8분 지동원(26ㆍ아우크스부르크) 대신 황일수(30ㆍ제주)를 투입해 공격진에 변화를 줬고 만회골이 나왔다. 후반 17분 이재성(25ㆍ전북)이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뒤 가운데로 패스를 내줬고 기성용(28ㆍ스완지시티)이 오른발 땅볼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한국으로 흐름이 넘어왔다. 후반 25분 이근호의 크로스를 황일수가 머리로 떨궈줬고 황희찬(21ㆍ잘츠부르크)이 왼발 발리 슈팅으로 골 망을 흔들었다. 황희찬의 A매치 데뷔골이었다. 역전도 가능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한국은 마지막 찬스조차 움켜쥐지 못했다. 역습 한 방에 또 다시 세 번째 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후반 29분 호드리고 타바타의 패스를 받은 알 하이도스가 결승골을 작렬했다.

카타르는 특유의 시간 끌기로 한국을 초조하게 만들었고 더 이상 득점은 나오지 않은 채 경기는 끝이 났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처지로 내몰리게 됐다. 지난 3월 중국과 6차전 원정에서 0-1로 패하고 돌아와 시리아와 홈 7차전에서 간신히 1-0으로 이긴 뒤에도 경질 여론이 거셌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본선 직행이 가능한 2위를 달리고 있어 경질 명분이 없다는 이유로 재신임을 했다. 대신 정해성 전 전남 감독을 수석코치로 임명해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하도록 했다. 정 수석은 2002 한일월드컵 4강, 2010 남아공월드컵 원정 첫 16강에 힘을 보탠 베테랑 지도자다. 하지만 이런 처방도 ‘도하 참사’를 막기 역부족이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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