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 세일중학교. 1학년 학생 120여명이 노트북과 씨름 중이었다. 레고를 조립해 만든 버스를 스스로 방향을 찾아 움직이는 ‘미니 자율주행차’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서였다. 아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버스가 작은 지도 위에서 길을 따라가다 갈림길을 만나면 오른쪽 혹은 왼쪽을 선택해 이동할 수 있도록 컴퓨터 언어로 명령을 내리는 것이었다. 비틀거리며 실수를 연발하던 버스는 몇 차례 명령을 수정해주자 6개 갈림길을 통과해 목표 지점에 안착했다. 단순 장난감에 지나지 않았던 버스가 ‘생명’을 얻는 순간이었다. “와! 성공했다!” 코딩(컴퓨터 언어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 학생들은 일제히 환호를 터뜨렸다.
이날 인터넷서비스(IS) 기업 LG CNS는 세일중에서 ‘코딩 지니어스’ 상반기 마지막 수업을 했다. 코딩 지니어스는 기업 전문가가 학교로 찾아가 중학생들에게 기초 코딩 교육을 하는 사회 공헌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을 코딩의 세계로 이끌 강사 역할은 LG CNS 직원 100명과 대학생 자원봉사자 50명이 맡는다. 연말까지 중학교 20곳의 1학년 학생 총 2,500명이 이들과 만날 예정이다.
수업은 한 교시당 1시간 40분씩 3교시로 구성된다. 코딩 개념과 기본적인 용어를 익히고, 이를 바탕으로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와 간단한 자율 주행차 만드는 법을 배운다. 앱 만들기 시간은 증강현실(AR), 위치기반, 전자결제 같은 기술들을 활용해 만들고 싶은 앱을 종이에 그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축구부인 이재원(13)군은 “스마트폰과 연동해 칼로리, 운동량을 계산해 주는 웨어러블(착용형) 기기를 기획했다”며 “매일 쓰는 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뿌듯해했다.
이날 수업 내내 학생들 옆에서 조력자 역할을 한 자원봉사자 이창윤(26)씨는 “군대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처음 접한 뒤 전공을 컴퓨터공학으로 선택했다”며 “보다 어릴 때 코딩을 배웠다면 좀 더 일찍 진로를 찾았을 것 같아 지금 아이들이 부럽다”고 말했다. LG CNS는 코딩 지니어스 수업에서 특히 흥미를 보이는 학생들이 계속 재능을 키워갈 수 있도록 여름방학 캠프와 심화 교육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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