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업무시작 이틀째에 방문
추경 통한 경기 부양책에 기준금리 인상은 ‘엇박자’ 우려 불식시키려 한 듯
이 총재 “경기 현안 관련 인식 차이 없다” 강조

지난주 말 임명장을 받고 이번 주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한국은행으로 이주열 총재를 찾아 갔다. 자신의 취임식마저 미뤄둔 채 한은을 먼저 찾은 경제수장은 “한은은 정말 중요한 기관”이라며 한껏 추켜세웠다. 마침 이 총재가 6년 만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직후여서, 김 부총리가 잔뜩 갖춘 예의의 배경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낮 12시30분부터 1시40분까지 약 1시간10분간 배석자 없이 오찬을 겸한 단독 회동을 가졌다. 경제부총리가 한은을 방문하는 건 드문 일로, 2014년 현오석 당시 부총리의 방문 이후 3년 만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김 부총리)과 한은 부총재(이 총재)로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은 9년 만에 거시경제 ‘투 톱’으로 재회했다.
특히 김 부총리는 추가경정예산(추경) 추진 등 바쁜 일정으로 아직 취임식도 치르지 못했지만 업무 시작 이틀째에 한은을 전격 방문하는 파격을 보였다. 그는 1층까지 마중 나온 이 총재에게 "한은은 우리 경제를 공정하게 끌고 가는 데 정말 중요한 기관"이라며 "존경하고 소통하며 의견을 많이 듣겠다는 겸허한 자세로 왔다"고 몸을 낮췄다.
이날 회동에서는 전날 이 총재가 언급한 기준금리 인상 신호와 함께 수출, 가계부채, 부동산 등 각종 현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회동 후 “경제 전반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눴고 부총리와 경제 현안에 인식 차이는 없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도 “같이 협조해 좋은 방향으로 경제를 끌고 가자고 했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 모두 ‘정부의 재정정책과 한은의 통화정책 간 긴밀한 협력’을 강조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동이 이 총재의 기준금리 인상 시그널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추경을 통한 문재인 정부의 ‘돈 풀기’ 부양책과 돈을 조이는 효과를 내는 금리인상 신호가 서로 엇박자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김 부총리가 한은을 찾았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은 정말 중요한 기관이라는 말은 한은이 통화정책으로 정부의 재정정책을 뒷받침해달라는 의미로 읽힌다”고 해석했다.
실제 회동 후 이 총재는 “어제 금리 관련 언급은 경기가 더 좋아질 때까지 완화기조를 끌고 가겠다고 얘기한 것이고, 현재 금리 정책은 경기를 지탱하는 것으로 봐야지 긴축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부연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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