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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사각지대’ 노린 용의자… 끈질긴 조사 끝에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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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사각지대’ 노린 용의자… 끈질긴 조사 끝에 검거

입력
2017.06.1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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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테러 의심 폭탄 폭발 사건이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1공학관에서 피해자 김모 교수 연구실에 대한 감식을 마친 과학수사대 관계자들이 박스에 뭔가를 담아서 나오고 있다. 류효진 기자
13일 오전 테러 의심 폭탄 폭발 사건이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1공학관에서 피해자 김모 교수 연구실에 대한 감식을 마친 과학수사대 관계자들이 박스에 뭔가를 담아서 나오고 있다. 류효진 기자

13일 ‘연세대 사제폭탄 사건’ 발생 12시간 만에 용의자로 긴급 체포된 연세대 대학원생 김모(25)씨는 피해 교수에 대한 불만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범행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브리핑에서 “시중에 떠도는 학점이나 취직 문제에 따른 범행은 아니다”라며 “원한 및 앙심에 의한 범행인지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수사 초반 실마리는 좀체 풀리지 않았다. 경찰이 오전부터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분석에 나섰지만, 해당 건물엔 김 교수 방을 포함해 7개 교수연구실이 있는 라인에만 유독 CCTV가 없던 탓이다. 건물 구조를 잘 아는 자의 소행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경찰은 사고발생 지점을 중심으로 주변 CCTV를 폭넓게 조사했고, 범행시간 이전 책가방을 메고 건물에 진입한 김씨를 용의자로 특정해 추가 조사를 벌인 끝에 범행을 자백 받았다.

정확한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용의자 검거 직전까지 사적 원한관계를 가진 학생에 의한 보복성 테러일 것이라는 추측에 힘이 실렸다. “(사제폭탄이)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뇌관과 기폭장치, 화약 등 기본 요소는 다 갖췄다”는 경찰 말처럼, 폭발물 제조원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공학도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고, 수많은 연구실 중 김 교수 방 앞에 폭탄을 놓은 점 등을 비춰볼 때 김 교수를 ‘겨냥’한 사건이란 추론이었다.

이날 사건이 일어난 1공학관에서 시험을 마치고 나온 학생 이모(24·컴퓨터공학과)씨는 “만일 학생이라면 성적 등 학사에 대한 불만 때문일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학기말이라 시험 성적에 한참 민감한 학생의 보복성 테러일 것이란 추측이었다. 그 자리를 지나던 대학원생은 “2013년 개봉한 영화 ‘들개’와 비슷한 내용”이라며 원한에 의한 모방범죄 가능성도 제기했다. 해당 영화에서는 양말을 담근 술을 먹이는 등 자신을 향해 비인격적 행동을 한 교수에 불만을 품은 주인공이, 사제폭탄을 제조해 불특정다수에게 전하는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장면이 그려진다. 오후 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선 “학점에 불만을 품고 저지른 일”이라는 루머가 확산되는 등, 사건을 원한관계로 보고 내놓은 추측들이 늘어갔다.

반면 김 교수 수업을 들었던 일부 학생은 ‘개인 원한설’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실력이나 인품 면에서 누군가에게 원한을 살 사람은 아니라는 것. 2004년 미국 미시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06년 연세대에 합류한 김 교수는, 재작년 태양빛을 흡수해 물을 끓이는 고효율의 메타필름을 개발한 연구가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지에 실리는 등 기계공학과 광학 융합발전의 선구자로 꼽힌다. 3년 전 김 교수 수업을 들었다는 양영모(26·기계공학과4)씨는 “학생들 사이에선 권위 없고 친근하기로 유명한 교수”라며 “같은 과 학생들 대부분이 충격을 받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용의자 김씨가 김 교수를 특정한 것이 아니라, 교수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무작위로 교수연구실에 폭발물을 놓은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자세한 범행 동기와 경위, 방법 등에 대해 조사 중”이라며 “철저히 수사한 후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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