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5전쟁 당시 ‘흥남철수 작전’을 도왔던 미국 상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상급선원이 “흥남철수 작전은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총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회고했다.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상급선원이었던 로버트 러니(90)는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브롱스빌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50년 12월 8일 ‘피난민을 구출하라’는 취지의 맥아더 총사령관 명령문이 내려왔다”며 흥남철수 작전의 배경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미군은 빅토리호에도 참여 여부를 타진했고, 당시 선장이었던 고(故) 레너드 라루는 ‘태울 수 있는 만큼 태우겠다’며 화물을 비운 채 1,000명분의 전투 식량만 싣고 흥남으로 향했다“고 설명했다. 빅토리호는 1950년 12월 22일 피난민 1만4,000여명과 함께 흥남항을 출발해 12월 25일 거제도에 도착,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러니의 기억에 따르면 앞서 영화 ‘국제시장’ 등에서 미군이 피난민 구조를 꺼리는 모습으로 묘사된 것과 달리 이들 역시 주민 구조에 힘을 썼다는 뜻이 된다. 러니는 “피난민들이 빅토리호에 승선하는 16시간 동안, 불과 5,000야드(약4.5㎞) 앞까지 뒤쫓아온 중공군은 극한의 공포였다“면서 ‘북한이든 남한이든, 공산주의자든 반(反)공산주의자든, 살고자 하는 이들이었기에 구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피난민들은 질서정연하게 승선했고, 거제항에 도착해서는 하나같이 선교(船橋)를 향해 정중하게 한국식 절을 하고 내렸다”며 “흥남철수 작전의 진정한 영웅은 한국인”이라고 덧붙였다.
러니는 흥남철수 피난민인 부모를 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전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문 대통령에 대해 “흥남철수 작전이 없었다면 지금의 그도 없었을 것“이라며 “그런 만큼 역대 어떤 대통령보다도 한미동맹에 기여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말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는 문 대통령은 러니를 초청해 만남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미 법무부 연방검사를 거쳐 변호사로 활동한 러니는 2006년 2월 외국인 최초로 대한민국 재향군인회로부터 향군대휘장을 받았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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