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의 남자’ ‘사도’ ‘동주’ 등 시대극으로 관객들을 울렸던 이준익 감독이 이번에는 파격적인 분위기의 시대극 ‘박열’로 돌아왔다.
13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장충단로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박열’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이준익 감독, 배우 이제훈, 최희서가 참석했다.
‘박열’은 1923년 도쿄에서 6천명의 조선인을 학살했던 사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이제훈 분)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최희서 분)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박열은 일본 제국주의의 심장부인 도쿄에서 적극적인 투쟁을 벌인다.
특히 이번 영화는 그간 이준익 감독이 연출했던 시대극 뿐만 아니라 어떤 시대극과도 확연한 차별성을 드러내고 있다. 주인공인 박열은 세상을 바꾸길 원했던 인물로 불꽃같고 유쾌했던 사람이다. 때문에 1923년 관동대지진을 틈타 무고한 조선인이 6천여 명 학살당했던 어두웠던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겁고 진중한 시대극의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느낌의 시대극을 그려냈다.
이준익 감독은 “그동안 독립군의 활약상이나 억울함에 대해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박열’에서만큼은 이성적으로 일본 제국주의의 모순에 대해 지적하려고 했다. 왜냐면 그 당시 박열이 실제 그랬기 때문이다. 박열이 가졌던 해학성을 드러내고 싶다. 모든 것이 고증이다”라며 “사건과 활약상만 알리는 것은 예의가 없는 것이다. 그 인물의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22살의 조선 청년 박열 역할을 맡은 이제훈은 유쾌하고 당당한 모습부터 냉철한 아나키스트까지 차가움과 뜨거움을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이제훈은 “‘동주’의 윤동주는 시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면, 박열은 행동주의자라 뜨겁고 어디로 튈지 모른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세상이 이렇게 가는 것이 맞느냐’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나 역시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박열의 행동과 생각을 닮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아나키스트이자 박열의 연인 가네코 후미코 역을 맡은 최희서는 뛰어난 일본어 실력은 물론 일본인 특유의 한국어 발음을 완벽히 구사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일본인으로서 항일운동에 참여하는 캐릭터답게 극한의 감정선을 잘 표현했다. 최희서는 관객들에게 “일본에 정면으로 맞섰던 박열이란 사람과 조선과 박열을 사랑했던 여자 후미코가 있었다는 것을 지금의 한국 관객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라며 “극중 박열이 ‘이 재판이 화제가 되면 좋겠소’라고 말을 하는데, 나도 그 말을 인용하고 싶다. 내 발언으로 영화 ‘박열’이 화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해 웃음짓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이준익 감독은 “이 영화는 반일영화가 아니다. 초반에 박열이 일본 권력에 대해서 반감이 있지만 일본 민중에 대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일본 사람들 중에서도 양심적인 발언을 한 사람도 있다. 대표적으로 박열을 변호했던 변호사는 한국에서 일본인 최초로 건국 훈장을 받기도 했다”며 “일제강점기뿐만 아니라 어느 시대나 진실을 추구하는 젊은이의 뜨거운 함성임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박열’은 오는 28일 개봉한다.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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