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사이버전 능력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란, 북한의 핵ㆍ미사일 저지에 효과를 발휘하며 기대를 모으던 미 사이버전이 정작 잇따른 테러로 민간인 희생을 속출시키는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는 전혀 먹혀들고 있지 않다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미 정부 내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의 대 IS 사이버 작전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한계를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4월 버락 오바마 전임 정권 당시 군 사이버사령부가 IS의 사상 선전, 추종자 모집, 지휘부 소통 등 인터넷상 활동 능력에 타격을 주는 작전을 시작한다고 대대적으로 선언했다. 하지만 약 1년 2개월이 지난 현재 이번 달에만 영국 런던 브리지 테러(3일), 이란 테헤란 연쇄 테러(7일) 등 IS가 배후를 자처한 대규모 테러가 두 차례 이어졌다. 이에 한 관계자는 “사이버전 기술을 IS 등 테러 조직에 맞게 전면적으로 개조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군의 사이버전 실패 원인으로는 전략 실패와 현실적 한계가 동시에 언급된다. 사이버 작전이 ‘레프트 오브 론치(Left of launchㆍ발사 전 교란)’와 같이 무기ㆍ시설 관련 특정 시스템에 침투해 기능을 교란시키는 방식으로 고안돼, 이와 달리 광범위한 일종의 풀뿌리 네트워크를 동원하는 IS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란 핵시설이나 북한 미사일 교란에 주효할지 몰라도, IS의 경우 독일계 암호화 메신저 ‘텔레그램’ 등 저비용 프로그램으로 수십만명이 움직이고 있어 ‘일망타진’식 작전이 불가능하다.
실제 미군은 애써 작전을 실행한 후 불사조처럼 되살아나는 IS의 활동을 지켜보며 허망함만 맛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사이버사령부가 국가안보국(NSA)과 함께 개시한 IS 선전 영상 파괴 작전, ‘빛나는 교향곡’이 대표적인 예다. 당국은 IS 측 계정의 비밀번호를 알아내 일부 콘텐츠를 차단하는 데 성공했으나 금세 복구, 타 서버로 옮겨지는 모습만 지켜봐야 했다. 올해 3월까지 국가안보회의(NSC) 대테러 수석 담당자였던 조슈아 겔처는 “일부 성과도 있었으나 지속적인 흐름으로 이어지진 못했다”며 “빛나는 사이버전 무기란 세상에 없다”고 꼬집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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