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6.14

교황청 제2바티칸공의회(1959~1965) 결정에 따라 1966년 6월 14일 로마가톨릭교회의 금서 목록(Index Librorum Prohibitorum)이 공식 폐지됐다. 종교개혁 대항 회의였던 1546년 트리엔트공의회가 금서 목록을 만든 지 420년 만이었다.
금서 목록은 “신앙을 순수하게 유지하고 신도의 구령(救靈)을 위해 신앙ㆍ도덕을 위협하는 것으로서 금지한 도서 목록”(종교학대사전)이었다. 목록이 금하는 것은, 책의 출판뿐 아니라 읽고 소유하고 판매하고 번역하는 행위 모두였고, 심할 경우 그런 책이 있다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알리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 됐다. 16세기 종교개혁과 17세기 종교전쟁 시기의 금서는 그 자체로서 이적(利敵)과 악행의 물증이었다.
천동설을 부정하거나 태양 중심설, 범신론 등을 주장하는 내용, 가톨릭 교회의 권위를 비판하는 내용, 음심(淫心)ㆍ음행을 조장하거나 권력ㆍ권위의 질서를 부정하는 내용을 담은 책이 모두 금서였다. 지오다노 브루노에서부터 케플러, 단테, 장 폴 사르트르, 볼테르, 몽테뉴, 디드로, 빅토르 위고, 장 자크 루소, 앙드레 지드, 스피노자, 칸트, 흄, 베이큰, 로크…. 근세 유럽의 거의 모든 지성과 철학자들이 그 목록 안에 이름을 올렸다. 그 중에는 교회 권력자의 출판 승인(Imprimatur)을 얻지 않고 발행된 탓에 금서가 된 것도 있었다. 금서 목록은 공식적으로 모두 40회 개판(改版)되었지만, 정식 목록에 올라가기 전에도 교황 등 종교권력자의 서한 등을 통해 금서로 낙인 찍힌 예가 많았다. 위반자는 종교재판에 회부되고, 처형과 파문 등 징계를 당했다.
교황 바오로6세의 ‘신앙교리 성성(Sacra Congregatio Pro Doctrina Fidei)’은 금서 목록의 교회법 효력을 부정하고 그에 따른 파문 제제도 없다고 명시, 금서를 공식적으로 무효화했다. 하지만 교회법이 아닌 교회 기준의 ‘자연법’, 즉 “신앙과 도덕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출판물을 피할 것을 신도의 양심에 호소”한다는 내용을 첨부했다. 교황청은 그런 유해 출판물을 조사ㆍ예방하는 것을 주교들의 권리이자 의무로 명시, 11년 뒤인 1975년 3월 서적감독(Censura)에 관한 교령을 발령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국방부는 선정 근거조차 모호한 금서 목록을 갖고 있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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