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은 인사’ 프레임 피해
교육ㆍ법무ㆍ국방ㆍ노동
장관 후보자들, 대선캠프 핵심
먼저 배치됐다면 논란 불렀을 것
◆ 다음 인선은 관료 출신?
野 “친문 보은 인사” 비판에
마지막 카드로 전문성 앞세워
내각 안정성 이미지 구축 예상
문재인 정부 초대 장ㆍ차관급 인선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가면서 그간 이뤄졌던 문재인 대통령의 인선 스타일에 고도의 정무적 판단이 깔려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임기 첫날 이낙연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34일간 6차례에 걸쳐 이뤄진 인선은 그 때마다 인사 대상자들의 출신이나 성향 등이 뚜렷한 색채를 드러내 탕평ㆍ파격ㆍ안정ㆍ친위 배치 등의 특징이 두드러졌다. 이처럼 비슷한 성격의 공직 후보자들을 묶어서 발표한 인선 방식과 순서에 상당히 정교한 정치적 포석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11일 발표된 교육부ㆍ국방부ㆍ노동부ㆍ법무부 장관 후보자들은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했거나 문 대통령과 가까운 친문(親文) 그룹으로서 일찌감치 장관 후보자들로 거론돼 왔던 인사들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지난 대선에 참여했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대선 캠프에서 국방안보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문 대통령의 싱크 탱크인 국민성장 부소장을 맡아 대선 핵심 공약을 다듬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2012년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 몸담았고, 김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 위원으로 참여했다. 각 부처의 유력한 장관 후보자들로 하마평에 올랐던 이들의 인선이 늦어지면서 인사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예상대로 인선이 이뤄지면서 문 대통령의 신임이 재차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인선이 늦어진 것은 인사 검증 보다는 정무적 판단 때문이란 얘기가 많다. 이들의 인선 발표 이후 즉각 야당에서 “대선 공신들에 대한 보은인사”라는 비판이 나온 데서 보듯, 일부긴 하더라도 대선 캠프 인사들을 먼저 배치할 경우 문재인정부 전체 인선의 색깔이 ‘보은 인사’이라는 프레임에 휘말릴 소지가 다분했던 셈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초반에 보였던 인선은 탕평과 파격의 연속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 직접 나와 비문계인 이낙연 전남지사를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깜짝 발탁했다. 대선 당시 첫 총리로 탕평ㆍ화합형 인사를 선택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이어진 인선은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첫 여성 고위직 인선인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임명이 대표적이다. 장관급 기구로 격상키로 한 보훈처에 첫 여성 수장을, 그것도 군에서 ‘별’을 달지 않은 육군 예비역 중령 출신을 발탁하면서 주변을 놀라게 했다. 문 대통령과의 인연이 전무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역대급 홈런, 그 자체가 ‘보훈’”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핵심 측근이자 비외무고시 출신의 강경화 첫 여성 외교부 장관 후보자 지명도 “신의 한 수”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재벌개혁의 전도사인 김상조 한성대 사회과학대학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에 지명한 것이나 야간대학 출신으로 ‘흙수저’ 신화를 쓴 김동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발탁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 같은 파격 뒤에 이뤄진 인선은 비문재인계 의원들을 대거 내각에 등용하는 ‘안정 속의 통합’이었다. 대구ㆍ경북의 김부겸 의원을 행정자치부 장관에, 부산ㆍ경남의 김영춘 의원을 해양수산부 장관에, 호남의 김현미 의원을 국토교통부 장관에, 충청의 도종환 의원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각각 지명한 인선에는 지역 안배까지도 고려됐다.
이 같은 인선 순서를 감안하면 나머지 장관 자리에는 관료 출신들이 대거 등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인사로 인해 “친문 보은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 만큼 전문성을 갖춘 정통 관료들을 마지막 카드로 내세워 내각의 안정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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