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계의 노벨상, 클래식의 올림픽,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폴란드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우승한 '조성진’
‘'조성진 열풍', '조성진 앓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의 인기를 증명하듯, 그의 연주회 예매티켓은 40초 만에 매진됐다. 나는 운 좋게도 그의 연주회 티켓 두 장을 확보했고 설레는 마음으로 그를 만날 날을 기다렸다.
그를 만나러 가는 길에는 아카시아향이 가득했다. 딸과 나는 완벽한 연주를 위한 그의 노력에 예의을 갖추기 위해 옷을 신경써서 차려입고 공연 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일찍 공연장에 도착했다.
수 많은 공연을 다닌 나이지만 가슴 설레며 기다리는 내가 신기하기도 했고 그런 기분이 좋았다. 공연장 로비에는 대부분 젊은 층이 많았는데 조성진과 비슷한 또래의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거나 그의 팬으로 보였다.
무대 위에서 앳된 청년이 걸어 나왔다. 그가 피아노의 첫 음을 터치하는 순간 눈물이 핑돌았다. 그가 연주하는 '드뷔시'의 <어린이 정경(Children's Corner)은 연주 테크닉이 어렵지는 않지만 드뷔시가 사랑하는 자신의 딸에게 음악적 상상력을 불어넣어주기 위해 작곡한 곡으로 이 작품에 담긴 작곡가의 독창적인 정서와 고유의 음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고도의 연주력과 남다른 감수성이 필요한 곡이다. 어린 나이에 드뷔시 곡을 연주한다는 건 곡 선택을 잘못한 듯하다고 말씀하는 분도 있었지만 조성진의 연주는 그만의 특별한 어떤 감각이 있었다.
'베르가마스크 모음곡(Suite Bergamasque)'의 '달빛(Clair de lune)' 연주는 아카시아향이 가득한 아름다운 오월의 저녁 달빛과도 같았다. 며칠 동안 극심한 미세먼지로 인해 객석 여기저기서 관객들의 잦은 기침소리 때문에 그의 연주 몰입에 방해가 되었지만 조성진이 창조해내는 또 다른 드뷔시의 세계를 느낄 수 있었다.
인터미션 후 2부 공연에서는 쇼팽이 친구인 폴란드 시인 '아담 미츠키에비치'의 문학작품을 바탕으로 작곡한 문학적 상상력의 산물인 피아노를 위한 발라드 연주는 작곡가의 의도에 대한 그의 이해력을 훌륭하게 증명해주었다. 전날 통영에서의 콘서트와 연이은 대구 공연으로 그의 컨디션이 염려되었지만 그는 6곡의 앙코르 연주를 하였고 젊은 세대다운 세련됨으로 관객들로 부터 연이은 기립박수를 받았다.
악보를 완벽하게 연주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 중 하나이다. 한두 악장만 연주하라면 어느 정도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는 있겠지만 전 악장을 단 한음의 miss touch 없이 만족할만한 연주를 했다고 말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는 거의 없다. 특히 쇼팽의 곡은 차라리 몇 마디를 건너 뛰는 편이 나을정도로 miss touch는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조성진은 쇼팽 콩쿠르에서 단한번의 miss touch없이 완벽한 연주를 해내었다. 그의 목표에는 한계가 없으며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음악가의 목표에는 한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유명해지는 게 매력적이긴 하지만 파리에서 유명한 연주자들 공연을 보고 실망한 적이 많았다. 그래서 좋은 연주자가 되기로 했다. 음악이 우선인 좋은 음악가가 되고 싶다. 끝까지 좋은 음악을 연구하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20대의 그가 세월이 흐르고 깊이를 더해 가면서 좋은 연주자로서의 그가 창조해 낼 5,60대의 연주 또한 설렘으로 기대해본다.
윤소원 크리에이티브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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