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이대로면 1년 이상 걸려”
장기화 문제 제기하며 단축 요구
법원이 이례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의 장기화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는 12일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공판에서 “최악의 경우 증인신문에만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며 재판 진행 속도를 크게 걱정했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날부터 주 4회 재판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은 워낙 공소사실이 많고 복잡한 데다 사건 관계인들이 많아 증인만 수백 명에 이르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예정된 증인 신문시간을 지나치게 길게 잡고 있어 주 4회 재판을 진행하더라도 재판당 한 명 꼴로밖에 증인 신문을 소화할 수 없게 되자 재판부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재판부는 “박근혜 피고인 측 반대신문 예정시간을 보니 최씨 측 예정시간의 3∼4배는 되는 것 같다”며 “한 증인에 대해 하루 6시간씩 반대신문을 하면 일주일에 3, 4명밖에 신문을 못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은 “변호인 측에 신문시간을 줄여달라고 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반발했다.
일각에선 변호인단이 ‘시간 끌기’ 전략을 펴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구속 기소된 피고인은 최장 6개월까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기 때문에 4월17일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은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거나 유죄 선고가 나지 않는 이상 10월16일 전 풀려난다. 변호인 입장에선 불구속 상태에서 박 전 대통령과 재판일정을 조율하고 전략을 짜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는 게 법조계 평가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 측 설득에 공을 들였다. 재판부는 “박근혜 최순실 피고인이 모두 무죄를 주장해 반대신문이 상당히 중복될 것 같다. 박근혜 피고인 측은 최씨 측과 협의하는 게 어렵다고 했는데, 신문 내용의 중복 여부를 협의하는 게 크게 이치에 어긋난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며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양측에 협의를 부탁했다. 이에 대해 최씨 측은 “변호인 상호 간 협의는 언제든 가능하다. 저희는 마음을 열어놓은 상태라 재판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은 “특검이나 검찰이 조사한 걸 보면 유도 신문이 많다. 검찰이나 특검도 공소사실만 물으면 되는 것 아니냐”며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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