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위해 만든 생방송 기능
페이스북서 범죄 생중계 충격
누구나 이용∙순식간에 공유
청소년∙어린이에 노출 위험 커
표현의 자유 사전규제엔 한계
직장인 김경훈(35·가명)씨는 최근 평소 애용하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살펴보다가 눈이 휘둥그래졌다. 유머 게시물을 보려고 가입했던 채널에서 느닷없이 생방송(페이스북 라이브) 알림이 떠 들여다봤더니, 사행성 도박 광고가 노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송 내용은 더 놀라웠다. 고급 외제차에 올라 탄 출연자는 “최근 XX사이트에서 사행성 도박을 해 큰 돈을 벌어 새 외제차를 구매했다”면서 차량 구석구석을 보여주는 등 ‘고수익 인증’을 하고 있었다. 출연자가 “가족방(사행성 도박 연결을 위한 SNS채널)에 들어와 수익이 나면, 나처럼 살 수 있다”고 말할 때쯤, 영상 자막에는 ‘가족방’ 가입전용 카카오톡 아이디(ID)가 떴다. 김씨는 12일 “영상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사행성 도박 홍보가 버젓이 생방송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내용의 생방송을 본 적 있다는 이모(29)씨 역시 “책상 위에 수북이 쌓아놓은 5만원권 현금다발을 보여주면서 사행성 도박을 부추기거나, 여성들이 수영장에 등장해 신체 일부를 노출해가며 가입을 권유하더라”라고 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다른 SNS 매체 사정도 마찬가지”라며 “해외 음란물이 여과 없이 방송될 때도 많다”고 꼬집었다.
생생한 소통과 빠른 정보 전달 등을 위해 만들어진 SNS 내 생방송 기능이, 불법 게시물의 무분별한 범람으로 오염되고 있다. 음란물 유통이나 초상권 침해 등 불법 행위의 방법도 날로 다양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에선 지난해 4월 페이스북 라이브 서비스가 시작된 뒤부터 최근까지 영아 살해나 분신자살, 성폭행 등 잔혹한 영상들이 전세계에 생중계돼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순식간에 공유될 수 있는 SNS의 확장성은 특히 청소년과 어린이 등 낮은 연령대 이용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언제든 불법 게시물과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SNS를 즐기는 고등학생 딸을 뒀다는 김모(56)씨는 “아이가 (불법 게시물을) 보기 싫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걱정이 더 크다”고 말했다.
국내 유관기관과 경찰은 이를 예의주시하며 강력 대응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로 사전 규제엔 한계가 있다”면서도 “불법 게시물이 유통될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감시와 심사를 통해 SNS 운영사업자에 제재가 가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SNS상에서의) 불법 도박사이트 홍보는 국민체육진흥법, 음란물 게시는 정보통신망 위반으로, 모두 명백한 불법 행위”라며 적발 시 엄정 사법 처리할 뜻을 밝혔다.
SNS 운영사업자들도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페이스북 국내 관계자는 “타인에 대한 신체적 위협이나 공공의 안전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존재한다고 의심되는 경우, 콘텐츠 삭제 및 계정 비활성화 조치 후 사법당국과 공조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본사 차원에서도 모니터링 강화를 위해 내년까지 관련 부서 인원을 3,000명 정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스타그램 관계자는 “모든 게시물을 실시간 점검하긴 어렵지만, 유해 콘텐츠 유통을 최대한 방지하고 있다”고 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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