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21ㆍ잘츠부르크)이 ‘약속의 땅’ 도하에서 A매치 데뷔 골에 도전한다.
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4일 오전 4시(한국시간)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카타르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8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현재 4승1무2패(승점 13)로 A조 2위다. 카타르를 누르고 승점 3을 보태야 남은 2경기(8월 31일 이란, 9월 5일 우즈베키스탄) 부담을 덜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도 지난 11일 도하에 도착해 “승리 외에는 어떤 생각도 안 한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하지만 분위기는 썩 좋지 않다. 한국은 카타르전 모의고사였던 지난 8일 이라크와 평가전에서 유효슈팅 하나 없이 0-0으로 비기는 졸전을 펼쳤다. 대표팀을 향한 싸늘한 시선을 잠재우려면 카타르전은 시원한 승리로 장식해야 한다.
황희찬은 아직 A매치 득점이 없다. 지난해 9월 처음 태극마크를 단 뒤 6차례 A매치에 나섰는데 지난 3월 시리아와 최종예선 7차전(1-0 승)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후반 교체 출전이었다. 이라크와 평가전 때도 후반에 들어갔다. 그 전까지 지지부진하던 한국 공격은 황희찬 투입 후 활기를 띠었다.
그는 지난 시즌 오스트리아 프로축구 잘츠부르크에서 16골 1도움을 올리며 팀의 정규리그와 컵 대회 2관왕에 힘을 보탰다. 정규리그에서는 전체 득점 3위(12골)에 올랐다. 득점 감각이 한참 물이 올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카타르와 경기에서 황희찬은 손흥민(25ㆍ토트넘)과 함께 공격에서 중요한 임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도하는 황희찬이란 이름 석 자를 팬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곳이다.
그는 2015년 10월 당시 신태용(47)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올림픽대표팀에 전격 발탁됐다. 당시 리우올림픽 주축 멤버인 1993년생들보다 세 살이나 어렸지만 신 감독은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며 과감하게 뽑았다. 2016년 1월 리우올림픽 예선을 겸해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황희찬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4경기에 출전해 1골도 넣지 못했지만 득점한 선수보다 더 큰 찬사를 받았다. 그만큼 저돌적인 돌파와 거침없는 드리블은 인상적이었다. 그는 한국을 결승에 올려놓고도 소속 팀과 약속에 따라 오스트리아로 복귀하는 바람에 정작 일본과의 결승전은 뛰지 못했다. 한ㆍ일전에서 한국은 2-0으로 앞서다가 후반 2-3으로 역전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황희찬은 올림픽대표가 아닌 어엿한 성인대표 신분으로 1년 반 만에 다시 도하에 입성했다. 그는 12일 훈련 전 인터뷰에서 “비장한 마음으로 카타르에 왔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이어 “나의 장점이라 평가 받는 돌파나, 수비 가담 등을 통해 팀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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