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문화예술 불공정 실태조사
새 한류 부상 만화∙웹툰∙일러스트
2차콘텐츠 권리 넘기는 매절계약
욕설∙성추행 등 인권침해도 심각
2015년 방송ㆍ영화음악을 제작하는 로이엔터테인먼트는 젊은 작곡가들에게 월 80만원을 주고 크레디트에 다른 이름을 올려 온 게 알려지면서 문화예술계 불공정 관행의 대명사가 됐다. 지난해 웹툰작가 허초롱, 정진석씨 사이에 오간 고료 미지급 논란 역시 차세대 문화예술로 주목 받는 웹툰 분야의 열악한 노동실태를 드러내며 입길에 올랐다.
예술인복지법 제정 등 예술인 복지 개선의 움직임 속에서도 문화예술계의 불공정 관행이 여전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새로운 콘텐츠 한류로 부상하고 있는 웹툰과 웹소설, 일러스트 분야 종사자 3명 중 1명은 욕설과 성추행 등 인권침해 경험까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문화예술인(만화ㆍ웹툰 작가 315명, 일러스트 작가 519명) 834명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불공정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욕설ㆍ인권무시ㆍ성추행ㆍ성희롱 등 인권침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만화ㆍ웹툰은 30.8%, 일러스트는 36.0%로 나왔다고 12일 밝혔다.
만화ㆍ웹툰 종사자의 36.5%는 일정금액만 받고 2차 콘텐츠 창작과 사용에 대한 권리를 모두 넘겨야 하는 매절계약, 부당한 자동갱신 조항 등 불공정한 계약 조건을 강요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실례로 웹툰작가 A씨는 웹툰 플랫폼 중개업체와 매절계약을 해 연재 작품 4편 중 마지막 작품이 월 1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히트작이 되고도 400만원만 손에 쥐었다고 실태조사 과정에서 호소하기도 했다.
일러스트 분야는 상황이 더 심각해 5명 중 4명(79%)이 불공정 계약 조건을 강요 받았다고 답했다. 일러스트 종사자들은 부당한 수익 배분에 대해서도 78.2%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시는 예술인 대상 조사 외에 만화ㆍ웹툰 연재 계약서와 일러스트 외주 계약서의 법률 검토도 함께 실시했다. 그 결과 공통적으로 저작물의 2차 사용권과 관련한 불공정 조항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 출판권을 출판사에 전부 위임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일러스트 분야에서는 과도하게 수정ㆍ보완을 요구할 수 있는 조항이 문제가 됐다. 작가가 수정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작업물 수령이나 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불공정 조항이다.
시는 조사 결과로 드러난 불공정 관행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2월 문화예술 불공정 상담센터를 연 서울시는 이와 연계해 다음달부터 피해구제 활동을 하는 ‘문화예술 호민관’ 4명을 문화예술 협회ㆍ단체에 파견한다. 이날 대학로 서울연극센터에서 ‘문화예술 청책토론회’를 연 서울시는 이를 토대로 향후 예술인의 법적 지위와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예술인복지법’ 개정을 국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강신하 변호사는 “젊은 예술인이 정당한 노력의 대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공정한 거래구조가 정착될 수 있도록 문화예술업계에 만연한 제반 불공정행위를 포괄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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