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기 구리시 희망찬교회 담임 양민철 목사는 세월호 참사가 터지자 교회에서 진행하던 부활절 행사를 멈췄다. 대신 광화문으로 달려갔다. 세월호 유족 옆에 천막카페를 차리고 목회활동을 벌였다. 세월호 유족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부활의 기쁨을 노래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를 못마땅해하는 신도들 가운데 일부는 교회를 떠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을 외면한 교회는 무의미하다는 게 양 목사의 신념이다.
#2. 경기 시흥시 최준식 목사는 교회가 아니라 분식점을 운영한다. 분식점 이름은 오병이어에 빗댄 ‘오떡이어’여서 교회 냄새가 물씬 풍기지만, 목사와 분식점이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최 목사가 주목한 것은 이 지역 특성이다. 한부모ㆍ다문화 가정이 많으니 ‘노는’ 아이들이 많다. 이 아이들에게 분식은 참 좋은 선물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오떡이어는 분식점인데 교회다. ‘목사님’ ‘전도사님’이 아이들에게는 동네 ‘삼촌’ ‘이모’다.
올해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현대적 의미에서 교회 개혁은 어떠해야 하는 지 되묻는 자리가 열린다. 동서신학포럼과 연세대 공동주최로 15~17일 연세대 신학관 등에서 열리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국제학술대회’다. 동서신학포럼은 동서양 신학자들의 교류를 위해 2008년 결성된 연구단체다
국제학술대회인 만큼 ‘21세기 한국사회와 종교개혁의 의미’를 주제로 김호기(연세대), ‘종교개혁 안에서의 영적 혁명’을 주제로 인골프 달포스(스위스 취리히대), ‘글로벌 시대의 신적 은혜와 인간의 책임’을 주제로 한 안셀름 민(미국 클레몬트대)의 강연과 토론이 준비되어 있고 8개국 12명의 학자들이 여기에 참여한다. ‘500년 전 교회 개혁’이 아니라 ‘지금 현재의 교회 개혁’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이번 대회의 주제도 ‘과거로부터의 배움, 현재에 당면한 도전, 미래를 향한 대안’으로 정했다.
이 때문에 주목되는 건 16일 오후 4시, 17일 오전 10시 두 번에 걸쳐 두 시간씩 진행되는 ‘새로운 종교개혁 토크 콘서트’다. 16일 토크 콘서트에서는 앞서 언급한 양 목사, 최 목사 사례 뿐 아니라 경기 의정부에서 청소년 쉼터처럼 교회를 운영하는 전웅제 목사, 프리미엄 독서실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교회를 만든 박상규 목사 등 ‘변화하는 교회’의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된다. 17일에는 교회가 아닌 평신도들의 사례가 발표된다. 자신의 믿음을 영상 문법으로 풀어내고 있는 영화감독 김진무, 교회를 위한 사역이나 경쟁적인 사역에 비판적인 패션모델 박둘선, 성경적 가치를 기업가적 가치로 풀어내는 사회적 기업 더브릿지 대표 황진솔 등이 나서서 일상 속에서 신앙을 실천하는 사례들을 발표토록 한다. 특히 이들은 자신이 느낀 바람직한 사역의 모습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
운영위원장을 맡은 권수영 연세대 신학과 교수는 “종교개혁 500주년이라 해서 신학자 중심의 역사적, 학구적 발표와 토론만을 중점적으로 진행하는 것보다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오늘날의 교회 혁신 사례를 공유해보자는 데 뜻을 모았다”면서 “어떤 방향의 혁신이 필요한지 함께 고민하는 축제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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