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9일 한국일보 창간기념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80%를 기록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82%로 나타났다. 역대 정부의 취임 초 지지율이 60-70%대 미만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높은 지지율에는 무엇보다 격의 없는 소통노력과 파격적 검찰 인사 등에 대한 우호적 평가가 직접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일 다음날부터 여소야대 환경에서 국정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문재인 정부 취임 한 달의 모습은 우려보다는 기대감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정 지지율은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국정운영이 얼마나 건강한지 개괄적으로 보여주는 ‘정치 체온계’이다. 일상에서 사람의 건강상태를 체크할 때 체온계를 통해 정상온도를 유지하는지부터 체크하듯이 손쉽게 국정운영의 건강성을 점검하는 데 유용한 정보를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는 금물이다. 정상온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전반적 신체 균형이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그 사람의 정신적, 육체적 체력의 실질적 편차나 신체 내부의 잠복된 질병 여부를 체온계로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정밀검사를 주기적으로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80%의 긍정적 평가를 온전히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지지기반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또한 80%의 높은 지지율은 선거 직후 한 달 남짓한 기간에 대한 평가이며 정부 구성조차 완료되지 못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취임 초라는 특수 환경의 산물인 셈이다. 취임 초 야당과 언론도 이러한 분위기를 감안하여 견제와 비판보다 우호적이고 협력적인 태도를 우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위 ‘허니문 효과’가 작동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의 중점 정책의 추진과정과 새 정부 주도의 국정 운영이 본격화되면서 기대감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냉정한 평가들이 대체해 나갈 것이다. 당장 새 정부의 고위직 인사 청문회부터가 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도 취임 직후 인사 과정에서 나타난 도덕적 결함들 때문에 곤혹스러운 상황을 면치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선거 기간 중 내세웠던 5대 고위공직자 인사원칙 잣대가 발목을 잡는 형세다.
현 야당들은 허니문보다 전면대결을 선택한 듯하다. 집권 초기 국정주도권과 내년 지방선거 전략 하에서 새 정부의 기세를 꺾으려는 전략적인 고려도 엿보인다. 정부여당으로서는 정국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이 아닌가, 현재의 야당이 대통령과 집권당의 선의를 받아줄 것인가라는 걱정도 적지 않을 것이다. 80%의 높은 지지율을 동력으로 삼아 정국을 돌파하자는 유혹이 생길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국정 지지율은 국정운영의 여론 환경을 보여주는 지표일 뿐 그 자체로 국정동력의 크기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구여권이 집권 초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승리의 도취감과 집권 초 의욕을 앞세워 일방주의로 복귀하면 손쉽게 하락할 수 있는 것이 지지율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협치라는 한국정치의 새로운 정치실험이 성공하기 바라기 때문이다. 실제로 80% 고공 지지율에는 돌파론의 유혹을 딛고 대통령이 의회를 찾고, 야당시절 자신들이 청문회 정국에서 보였던 행적에 대해 부분적이나마 성찰하는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고 본다.
정치적 계산은 뒤로 밀어둬도 될 듯하다. 역으로 생각해보라. 과거 야당 시절 청문회를 통해 정부 인사들을 줄줄이 낙마시켰지만, 얼마나 정국주도권을 챙길 수 있었나. 당장의 전투는 이겼어도 당 지지율은 정체되고 결국 ‘발목잡기 세력’,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세력’이라는 오명만 남지 않았던가. 전략적으로 봐도 장기적인 시각으로 보면 손해 볼 것 없는 장사이다. 새 정부의 새 정치 실험이 성공하길 기대한다.
정한울 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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