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대구 남구 대구대 대명동캠퍼스 ‘1회 재난정신건강 세미나’
대구ㆍ광주 트라우마센터, 안산온마음센터 등 트라우마센터 한 자리에
“안전한 세상 우리 손으로 만듭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돌보는 전국의 대표 트라우마센터장들이 12일 대구에 모여 대한민국을 생명이 숨쉬는 안전지대로 만들 것을 다짐했다. 전국 트라우마센터장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대구 남구 대구대 대명동캠퍼스 본관 604호에서 열린 ‘1회 재난정신건강 세미나’에는 2ㆍ18안전문화재단 부설 최웅용(53ㆍ대구대 교수) 대구트라우마센터장과 고영훈(46ㆍ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경기 안산온마음센터장, 오수성(69ㆍ전남대 명예교수) 광주트라우마센터장 등 50여 명이 전국 트라우마센터 현황과 협력방안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최 센터장은 “2003년 2월18일 대구지하철 참사로 숨진 192명의 유가족 44가구를 조사한 결과 3명 중 2명이 심각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고통받고 있었다”며 “혼자서는 지하철도 타지 못하고, 집안의 불도 끄지 못할 정도로 증세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대구트라우마센터는 재난피해자의 자조모임과 힐링프로그램, 재난정신건강 전문가 양성교육 등을 진행 중이다.
“트라우마는 긁으면 시원해지는 ‘가려운 등’과 같다”는 고 센터장은 “세월호 사고 생존자와 유가족 중 자살 등이 우려되는 고위험군은 전체 10% 정도나 되기 때문에 주위에서 그들의 등을 긁어주듯 보살펴줘야 트라우마가 개선된다”며 이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각 트라우마센터의 성공 사례를 공유, 개인과 사회가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임상심리학회장과 전남대 5ㆍ18연구소장을 역임한 오 센터장은 “국가폭력 생존자와 가족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사회적 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해 상담과 예술치유, 인문학 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남대 부임 직후인 1980년 5ㆍ18을 겪은 그는 1990년 150여 명의 임상자료를 근거로 5ㆍ18 관련자의 트라우마를 최초로 밝힌 바 있으며 ‘오월 증후군’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광주트라우마센터는 5ㆍ18 이후 지금까지 5ㆍ18 트라우마와 자살률의 심각성, 심리건강과 치유 방안 등을 주제로 10여 건의 연구를 진행해 왔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황명애(60ㆍ여)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대책위원회장이 나와 “죄인 아닌 죄인처럼 14년을 살아왔다”며 “다시는 어이없는 참사로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시스템을 갖추기 바란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종합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2ㆍ18안전문화재단 김태일(62) 이사장은 “희생자와 유가족의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것은 보상이 아니라 기억”이라며 “기억과 치유, 성장, 참여 4가지 영역에서 트라우마센터를 보다 전문적으로 운영,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대구=글ㆍ사진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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