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40세 이상 839만명 분석 결과
식도는 음식이 지나다니는 길이어서 암이 생기면 음식을 삼키기 어렵다. 식도암이 더 악화하면 물조차 마시기 힘들다. 또한 식도가 잘 늘어나므로 암이 작으면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불편함을 느껴 병원을 찾을 때면 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강검진 시 내시경 검사로 식도를 관찰할 수는 있지만 초기의 점막 변화는 눈에 잘 띄지 않아 이상 징후를 발견하기 쉽지 않다.
이처럼 식도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일단 암이 생기면 림프절을 통해 주변 장기와 기관으로 빠르게 전이되므로 5년 생존율이 40%도 되지 않는다. 식도암은 식도선암과 식도편평세포암으로 나뉜다. 미국과 서유럽 등에서는 식도선암 발병률이 더 높다.
따라서 서양의 식도암 연구는 선암에 집중됐다. 그 결과 비만이 주요 위험인자임이 밝혀졌다. 반면 한국은 식도암의 95% 이상이 편평세포암이다. 서양보다 비만율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편평세포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체질량지수(BMI) 등의 위험인자를 조사한 연구는 아주 드물었다.
최윤진ㆍ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자료를 활용, 40세 이상 838만8,256명을 8.7년간 추적 관찰해 BMI와 간수치가 식도편평세포암에 미치는 연관성을 분석했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5월호에 실렸다.
연구 결과, 저체중(BMI 18.5Kg/m² 미만)인 사람은 정상체중군(18.5~23Kg/m²)보다 식도암 발병이 40% 이상 높았다. 간 손상 지표인 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GGT)가 40IU/L 이상인 사람은 16IU/L 이하인 사람보다 식도암 발병 위험이 2.22배 높았다.
GGT는 남성은 11~63IU/L, 여성은 8~35IU/L 이하면 정상이다. 알코올과 관련된 간기능장애가 있으면 수치가 올라가고, 수치가 높으면 알코올성간염이나 지방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저체중이면서 GGT가 40IU/L 이상인 경우에는 정상체중이면서 40IU/L 이하인 사람보다 위험도가 3.65배로 크게 높아졌다.
최 교수는 “식도암 조기 발견 지표가 전무한 상황에서 840만명 가까운 대규모 집단을 기반으로 한국형 식도암 위험인자를 밝혀냈다”며 “이번 결과가 도출된 만큼 저체중이거나 GGT 수치가 높다면 식도암 예방과 조기 발견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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