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역사를 간직한 충절의 고장. 교육·문화 도시.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국립공원과 인접한 서부경남 중심도시. 국내 최고의 유등축제가 열리는 강과 빛의 도시…. 경남 진주시를 일컫는 말들이다.
지리산 남쪽 끝자락 남강 유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진주시 인구는 약 36만 명이다. 이곳에 경남 혁신도시가 조성되었다. LH공사를 비롯한 11개 공공기관이 이전해 왔다. 국내 60여 만 대의 승강기 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승강기안전공단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7월 1일 국내 유일 승강기 안전 전문기관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진주시는 기존 구도심을 중심으로 신안·평거지역, 하대·초전지역, 가좌·가호지역에 권역별로 대단위 공동주택단지가 들어서 있다. 이곳에 혁신도시가 건설되면서 또 다른 신도시가 조성되고 있다.
이렇게 시시콜콜한 진주 이야기를 하는 건 승강기 때문이다. 진주에 특별한 건물이나 승강기가 있는 건 아니다. 그냥 일반적인 승강기 3600여 대가 운행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용객들이 남다르다. 이곳 사람들은 승강기에 타면 자연스럽게 서로 인사를 건넨다.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 남녀노소 누구나 승강기에서 만나면 상냥하게 인사를 한다.
지극히 당연한 것인데도 처음엔 낯설었다. 때론 당황스럽기도 했다. “저 사람이 나한테 왜 저러지? 언제 나를 봤다고 아는 체 하나?”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알았다. 진주에선 승강기를 타면 인사 건네는 게 생활화되어 있다는 걸.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는 인구 70% 이상이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 산다. 공동주택 대부분은 승강기가 설치되어 있다.
승강기를 한번 이용하는 시간은 1~3분에 불과하다. 이용객들은 타자마자 닫힘버튼을 누르고 의식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눈길을 피한다. 묵묵하게 거울을 쳐다보거나, 승강장 문 위에 깜빡이는 층 표시만 응시한 채 목적층에 도착하면 황급히 내린다.
그런데 진주 사람들은 다르다. 승강기가 또 다른 소통의 공간이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묻지도 않았는데 몇 동에 산다고 먼저 이야기한다. 이렇게 승강기에서 몇 번만 마주치면 이웃이 된다.
승강기는 일부 전망용을 제외하면 대부분 사각(四角)에 폐쇄된 공간이다. 딱딱하고 차가운 분위기다. 이러한 승강기 속 사람들 표정에는 싸늘함이 느껴진다. 각박한 세상살이가 묻어난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인 줄 알면서도 눈인사도 주고받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로 주먹다짐을 벌이고, 법적 분쟁까지 겪고 있다는 뉴스를 심심찮게 접하게 된다. 이웃간 단절에서 오는 부작용이다.
진주사람들의 승강기 인사문화를 보고 확실히 알았다. 잠깐 이용하는 승강기에서 서로 인사하고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러한 문제는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다. 아파트 승강기에서 몇 번 마주치는 사람은 분명 이웃이다.
이제부터 달라지자. 지금 당장 나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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