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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로 할리우드 사로잡아…VR 시장 뛰어들어 구글ㆍ페북과 경쟁”

입력
2017.06.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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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이 미래다] 최광진 에프엑스 기어 대표

학창시절 3차원 CG로 개발 몰두

캐릭터 머리카락 움직임까지 구현하는 VFX기술로 시각효과

美 드림웍스서 연락 와 계약도

모바일 시장 더 커질거라 예측

VR로 사업 방향 과감하게 틀어

영상콘텐츠 새 기술 잇따라 개발

VR서 소통하는 ‘소셜VR’ 목표

9일 서울 논현동 에프엑스기어 사무실에서 최광진 대표가 머리에 쓰는 가상현실(VR) 기기 ‘눈VR’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9일 서울 논현동 에프엑스기어 사무실에서 최광진 대표가 머리에 쓰는 가상현실(VR) 기기 ‘눈VR’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집채만한 쓰나미가 도시를 집어 삼키고 암초에 부딪힌 대형 화물선이 바다 밑으로 고꾸라진다. 블록버스터 영화 속 장면들을 보면서 살수차로 쓰나미를 흉내 내거나 실제 배를 뒤집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모두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한 시각효과(비주얼이팩트ㆍVFX)다. 이 VFX 기술 하나로 할리우드를 사로 잡은 한국 기업이 있다. 2004년 설립 이후 CG 분야 자체 기술력을 꾸준히 축적해 온 14년차 벤처기업 에프엑스기어다.

9일 서울 논현동 에프엑스기어 사무실에서 만난 최광진(44) 대표는 “회사 설립 후 우리가 만든 솔루션을 들고 곧장 미국으로 갔다”며 “여러 스튜디오들을 직접 방문하면서 발로 뛰었다”고 회상했다. 에프엑스기어 창립멤버인 최 대표는 서울대 전기공학부 석ㆍ박사 학위 과정 내내 3차원(3D) CG 솔루션 개발에만 몰두했다.

CG의 역사는 1970년대로 거슬러올라간다. 조지 루카스 감독이 ‘스타워즈’ 촬영을 위해 만든 미국 ILM의 기술이 VFX의 시초로 불린다. 당시만 해도 막대한 자본을 가진 자들의 전문 영역으로만 보였다. 2000년대 들어 컴퓨터 성능이 좋아지고, 소프트웨어 개발 붐이 일면서 저렴한 가격으로도 과감한 CG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VFX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다.

다만 문제는 ‘불안정성’이었다. 최 대표는 “VFX 상용 도구(툴)가 불안정해 3D 캐릭터가 움직이면 캐릭터에 입힌 옷이 터지고 깨지는 게 다반사여서 스튜디오들의 큰 골칫거리였다”고 설명했다.

에프엑스기어의 VFX는 피사체의 움직임 하나하나의 데이터 값을 일일이 입력해야 했던 기존 툴과 달리 움직임을 자동으로 계산하는 소프트웨어였다. 작업자가 캐릭터나 물체의 동작만 구성하면 캐릭터를 둘러싼 옷이 주름지는 정도,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의 출렁거림, 물체 주변의 물방울이 튀는 효과까지 안정적으로 구현해냈다.

최 대표는 “한국에서 온 벤처기업인이 디즈니, 픽사, 소니픽쳐스 등 메이저급 스튜디오를 죄다 훑고 다닌다는 소문을 듣고 드림웍스에서 가장 먼저 연락해왔다”고 떠올렸다. 그는 “슈렉을 만들고 있던 드림웍스가 그물로 확 낚아채는 장면을 소화하는 툴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를 때 우리 툴이 쉽게 문제를 해결해줬는데, 당시 드림웍스쪽에서 ‘감동받았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이 때 성사된 계약을 계기로 드림웍스가 만드는 모든 애니메이션에는 에프엑스기어의 솔루션이 사용된다.

에프엑스기어의 또 다른 차별점은 빠른 작업 속도였다. 움직임에 대한 데이터 값을 자동으로 계산하려면 방대한 용량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데, 에프엑스기어는 세계 최초로 유체 데이터를 여러 대의 컴퓨터로 나눠 처리하는 ‘분산병렬처리’ 방식으로 성능을 극대화했다. 일부 과정에만 쓰였던 분산병렬처리방식을 전 과정에 완벽하게 적용하면서 기존의 툴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에프엑스기어 고객사는 드림웍스를 비롯해 디즈니, 블루스카이, 메소드 등 글로벌 스튜디오와 엔씨소프트 등 국내외 주요 게임 업체까지 확대됐다.

최 대표가 가상현실(VR) 기술업체 오큘러스를 처음 알게 된 2011년 에프엑스기어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그는 “디스플레이며 중앙처리장치(CPU), 각종 센서까지 PC에 있던 모든 게 스마트폰 안에 들어가 있었고 PC 기반 VFX 시장보다 모바일 시장이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며 “우리의 기술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모바일 시장은 VR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에프엑스기어는 이후 VR로 사업을 과감하게 틀었다. VR 시장 초기 오큘러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업체들이 VR 게임에 몰두하고 있을 때 에프엑스기어는 영상 콘텐츠에 집중했다. CG분야 원천기술을 활용해 손 쉽게 3D 애니메이션을 고화질 360도 VR 영상으로 변환하는 ‘VR 렌더링 솔루션’, 렌즈 왜곡 등을 자동으로 보정해 줘 몰입감을 높이는 ‘VR 영상 자동 후처리 기술’ 등을 잇따라 개발했다.

2015년 머리에 쓰는 VR 기기 ‘눈VR’과 플랫폼 눈VR 앱을 출시했고 올 초 신제품 ‘눈VR플러스’도 내놨다. 눈VR은 유럽 지역 10만대 수출을 포함해 전 세계 42개국에서 판매 중이고 눈VR플러스도 매달 수천 대의 판매고를 기록 중이다. 최근에는 VR 체험 카페를 중국 상하이 인근 대형 쇼핑몰에 오픈했다.

VR 시장에는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들도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은 이미 수많은 전 세계 가입자들을 확보하고 있어 에프엑스기어와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에프엑스기어는 CG로 출발한 기업답게 다양한 플랫폼에 퍼져 있는 기존 영상들을 VR로 쉽게 전환하는 기술력을 앞세울 계획이다. 플랫폼 안에 VR 콘텐츠 생태계를 빠르게 구축한 뒤 VR 공간 안에서 소통도 할 수 있는 ‘소셜 VR’ 기업이 최종 목표다.

최 대표는 “페이스북처럼 VR 공간 안에 친구를 불러와 함께 콘텐츠를 즐기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큰 경쟁자는 구글과 페이스북이지만 근본적으로 영상을 처리하는 기술력은 우리가 앞서있다”고 자신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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