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쿠르 준비하며 행복했다”
“콩쿠르라는 생각은 최대한 접어 두고 연주를 하러 왔다고 생각했어요. 과장되거나 꾸며진 표현이 아니라 제가 느끼는 감정들을 표현하는 데 신경을 썼다는 점이 비결이라면 비결일 것 같습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열린 제15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28)은 우승 직후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좋아하는 곡들로 꾸며서 콩쿠르를 준비하는 기간에 행복하게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1958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1934~2013)을 기념하기 위해 1962년부터 4년마다 개최된다. 쇼팽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함께 세계 4대 콩쿠르로 꼽히며 특히 ‘북미의 쇼팽 콩쿠르’로 일컬어진다. 한국인으로는 손열음이 2009년 2위에 오른 바 있다.
선우예권은 “매 라운드가 기억에 남지만 결선에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이 기억에 남는다”며 “심적으로 힘들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는 복합적인 감정을 들려 드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부터 2주 넘게 진행된 콩쿠르에 임하며 선우예권은 감기에 걸리는 등 컨디션 난조였지만 심사위원들로부터 최고점을 받았다. 그는 “연주 당일에도 옷을 두 세 겹 껴 입고 자면서 체력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선우예권은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를 거쳐 미국 커티스 음악원 등에서 수학했다. 현재는 독일 하노버 국립 음대에서 베른트 괴츠네를 사사하고 있다. 그는 2014년 스위스 베르비에 방돔 프라이즈와 2015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음악계를 놀라게 했다. 이 외에도 인터라켄 클래식 국제 콩쿠르, 센다이 국제음악콩쿠르 등 한국인 피아니스트로는 최다(8회) 콩쿠르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번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으로 3년간 개인 매니지먼트 관리와 미국 전역 연주 투어 기회를 갖게 됐고 부상으로 상금 5만달러(약 5,600만원)도 받게 됐다. 선우예권은 “너무 값진 상이기 때문에 무슨 말로 표현하기도 어렵다”며 “앞으로 있을 연주들에서 부족함 없는 연주 보여 드릴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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