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지연에 대한 미국 정부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 고위 당국자가 공개된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북한의 연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가능성을 언급해 주목된다.
11일 일본 교도(共同)통신에 따르면 로버트 수퍼 미 국방부 핵ㆍ미사일방어정책 부차관보는 7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이 올해 안에 ICBM 시험발사를 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수퍼 부차관보는 “북한이 언제쯤 뉴욕, 시카고 등을 사정권에 넣은 ICBM을 갖게 되느냐”는 댄 설리번 공화당 상원의원의 질문에 “정보기관의 설명을 다시 한번 말하자면, 연내이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또 “우리가 2010년 처음 북한의 탄도미사일 방어를 검토했던 것과 비교해 위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 고위 당국자가 공식 석상에서 구체적인 북한의 ICBM 발사 일정을 예측하고 능력을 강조하는 것은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사드배치의 정당성과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과 궤를 같이한다. 미국의소리(VOA)방송은 9일 백악관 고위 관리의 말을 빌려 “한국 정부가 미국에 사드 배치 결정을 되돌리지 않겠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리는 “우리는 이 사안을 놓고 한국과 긴밀히 접촉 중이며, 사드 체계는 이미 초기 작전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또한 주한미군 사드가 ‘불변의 사항’임을 재강조하고 빠른 배치를 은연중 우리 정부에 요구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 국무부는 같은 날 애니타 프라이트 군축ㆍ검증ㆍ이행 담당 차관보 대행이 12~16일 미국의 핵ㆍ확장억지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다고 밝혀 한미가 북핵 위협 대처 못지않게 사드 문제를 조율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잇따른 사드 배치 강조 메시지에 이어 북한 당국도 조만간 ICBM 시험 발사 실시를 공언하고 나섰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 논설에서 “우리가 최근 진행한 전략무기 시험들은 주체 조선(북한)이 대륙간탄도로켓(ICBM)을 시험 발사할 시각이 결코 멀지 않았다는 것을 확증해 주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어 “반드시 있게 될 우리의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의 대성공은 바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총파산을 선언하는 역사적 분기점”이라며 “우리나라에서 뉴욕까지 거리는 1만400㎞ 정도이고 미국의 모든 곳은 우리의 타격권 내에 들어있다”고 위협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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